갑자기 학창시절에 두 명씩 100m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나와 함께 뛰었던 애도 넘어졌었는데 순간 움찔하여 도와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몇 초를 허비하고 그냥 뛰었던 기억이 있다. 체육 선생님께서 그대로 기록을 하는 것을 보고 넘어진 애를 일으켜주고 안뛰어야 했던게 아닌가, 잠시 고민했었었다. 함께 뛰었던 그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데 예뻤었나? 얼굴도 잘생긴 녀석이 이름이 삼봉이가 뭐야. 너무 구수하잖아. 박장미는 이름때문에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의 삶도 무채색이 아닐까. 아직 무슨 색을 넣어야 할지 결정을 못내리고 살아온 세월이 벌써? '외모 바이러스' 나도 이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다. 언제 발병할지 모른다. "역겹다"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침을 뚝뚝 흘리며 잡아 죽일듯이 덤벼들지 않을까. 그 땐 누가 다치지 않도록 경습경보라도 울려줘야 할텐데 고민된다. 주근깨 가득한 장미는 늘 자신감이 없다.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어 더 주눅이 드는 것이겠지만 자신도 '외모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겁이 난다.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보다 이제는 삼봉이발소에서 그 자신감을 찾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게 삼봉이발소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일 청소만 시키는 건 곤란한데, 손님들을 다치게 하는 일이 많은 것을 보니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겠다. '외모 바이러스' 환자들을 치료하는 주술사 같은 삼봉이, 그런데 사람 키보다 더 큰 가위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고양이(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치료하다니 조금 무섭다. 사람의 몸에 가위를 꽂아도 죽지 않는 것을 보면 흉기는 아닌 모양인데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 꼭 좀비처럼 변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것 같다. 안그래도 추하게 생겼는데 더 보기가 딱할 정도로 변해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삼봉이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마음을 찢어 놓는다. 너무나 솔직하게 말하기에 그 말에 가슴이 예리하게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삼봉이로 인해 팽창할 듯 부풀어오른 마음이 어느 순간 '펑'하고 터져버리고 마음의 빗장이 풀어져 자신을 괴롭히던 악한 기운들이 다 쏟아져 나오게 된다. 삼봉이는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을까. 늘 외롭고 아파 보여서 꼭 안아주고 싶다. 대체 이 고양이는 어떤 존재인거야. 고양이 인간이라니 참 담배도 맛있게 피운다. 삼봉이랑 나란히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뒷모습은 정말 멋져 보이니 내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건 아닐까. 이발소가 바쁠 땐 고양이 '믹스'도 변장을 하고 손님들을 상대한다. 얼굴에 있는 털은 어떻게 처리한다지? 참 궁금하다. 내면의 아름다운 모습을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삼봉이. 넌 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냐. 나는 초등학교만 남녀공학을 다니고 중학교, 고등학교는 여자들만 있는 곳을 다녀서 이 만화책 안에 악한 남학생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저렇게까지 친구들을 괴롭힐까? 생각해 보다가도 왕따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 섬뜩하고 아픔을 지닌 아이들의 모습에 내 마음까지 저려온다. 삼봉이가 장미의 교실로 들어오면서 1권이 끝이 났는데 그 뒤의 내용은 무엇일까.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보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응징해야 하는게 아닐까. 잘생긴 삼봉이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장미처럼 침까지 흘리진 않는다구. 빨리 만나길 기대해 본다. 누구? 삼봉이. 아 그리고 고양이 인간 '믹스'도. 그래그래 장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