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
박안식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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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앞에서는 '혈육의 정'도 필요없는 것일까. 왕좌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독살되고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걸까. 내밀한 궁궐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로 국운마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건만 "소현세자"를 읽으며 탁상공론을 일삼았던 임금과 신하들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인조와 세자가 삼전도의 수항단에서 청 황제 앞에 삼배구고두를 행하며 뼛속깊이 약소한 나라의 사정을 오래도록 헤아렸다면 소현세자가 그리 헛되이 죽지 않았을 것을, 참으로 원통하다. 세자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으면서 조선을 이끌어가기 위해 미래를 보았지만 인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청나라와 조선의 중간에서 외교에 힘쓴 세자의 충심을 후궁 조씨의 간사한 말로 더이상 믿지 않는 인조는 세자를 청나라와 똑같이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래도 자식인데 어쩌면 이럴 수 있나 화를 내려니 이런 행동을 한 왕이 인조 하나만이 아니기에 그저 헛웃음만 나올뿐이다.

 

춘궁기에 죽어나가는 백성들을 보살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왕좌만 지키기에 급급한 인조.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을 일으셨을 때만해도 가슴속에 누구 못지 않은 열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다른 임금과 다를바 없었고 남한산성에 들어가서조차 백성들의 안위보다 일신의 안위를 더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와 다르게 세자는 스스로 나서서 볼모를 자청하고 백성들의 고통을 하루라도 덜어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청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몇년을 고생하다 조선으로 돌아온 세자는 백성들에게 영웅이었다. 아마 이것이 인조의 마음을 건드렸을 것이다. 세자빈 강씨 또한 인조의 후궁 조씨를 너무 강하게 대한 것이 훗날 인조가 세자를 버리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소현세자가 왕좌에 올랐다면 조선을 바뀌었을 것인가. 광해군을 폐했을때 조선의 사정을 생각지 않은 결과로 청나라의 말발굽 아래 백성들만 죽어나갔다. 인조는 자식들이 많았기에 세자가 죽는다고 해서 마음조차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이 청나라에 당한 치욕을 소현세자 탓으로 생각하고 참으로 매정하게 대하지 않았던가. 오로지 자신의 왕좌만 중요했으니까. 세자의 독살. 이 책이 어느정도까지 진실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말대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인것 같다. 명확하게 "그렇다"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혹을 품을만 하다.

 

끝까지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세자빈 강씨. 세자의 감환을 박군이 이형익의 계략대로 학질이라고 말했을 때 이 불행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아니,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면서 조선에서 청나라의 거리만큼 인조와 세자의 마음거리 또한 멀어졌기에 세자의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부모 자식간의 유대는 왕좌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자이기에 그 자리를 버릴 수 없었던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그 순간만큼은 일개 백성으로 살고 싶지 않았을까. 눈 감으며 세자빈 강씨, 원손이 눈에 밟혀 저승가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겠다. 다음 보위마저 보장받지 못한채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사약을 받은 세자빈 강씨가 인조가 있는 궁궐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다. 참으로 원통한 내 나라 역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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