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ㅣ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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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잊고 싶어하면 잊혀질 수 있는 것일까. 1954년 테디와 처크는 외딴섬에 있는 정신병원의 환자 한 명이 사라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이 섬으로 오게 된다. 사라진 여자 레이첼이 남긴 것은 13이라는 불길한 숫자와 67이라는 숫자다. 철저하게 감시가 되고 있는 이 곳에서 환자가 사라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환자가 수술이나 실험을 통해 죽어 실종처리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이것 또한 명확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이 외딴섬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명 처리하는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테니까.

 

예전에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읽고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나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책을 살펴보았는데 "살인자들의 섬"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 레스터 시핸 박사의 일기가 쓰여진 첫 장을 다시 넘겨 보았으니 두 번째인 셈이다. 책이 중반을 넘어설때까지 섬에 나타나지 않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설정되어 있던 시핸 박사가 테디와 처크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며 읽었는데 책의 결말은 나를 충분히 혼란에 빠뜨렸고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시핸 박사의 독백을 보면 분명 테디와 돌로레스, 레이첼 솔란도, 앤드루 레이디스란 이름이 등장하기에 결말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라진 환자 레이첼 솔란도. C병동의 완전히 폐쇄된 이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테디는 레이첼을 찾으러 온 임무보다 아내 돌로레스를 죽인 레이디스를 찾는게 목적이다.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이 병원에 대한 정보를 통해 레이디스가 67번째 환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테디. 사람의 눈을 통해 얼음송곳을 뇌로 집어 넣어 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다. 레이디스가 애시클리프 정신병원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이 곳으로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꼭 자신이어야만 했다. 혹 근무를 나가 이 병원으로 오지 못하게 될까 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돌을 가지고 암호를 만든 표시를 봤을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레이첼이 남긴 듯한 이 돌이 너무 사건에 접근하게 하기에 도리어 의심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물론 처크가 진짜 보안관이 맞는지 총을 잘 다루지 못하는 처크를 의심함으로써 테디가 이 사건에 홀로 맞서게 되어 점점 불안해진다.

 

테디는 레이디스를 찾고 배를 타고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 병원을 탈출하여 병원 정보를 제공한 조지 노이스도 이 곳으로 다시 끌려오지 않았던가. 도대체 등대에서는 어떤 수술로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 등대로 가서 사라진 처크와 레이디스를 찾는 것이 테디의 마지막 행동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병원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테디가 배를 타는 것을 막는 병원 사람들에 맞서 몰래 배를 타고 나가려는 테디, 드디어 애써 바라보지 않았던 등대로 향하게 된다. 등대에서 콜 박사는 테디를 이 곳의 환자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이 만든 기억을 테디에게 주입시키는 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허리케인으로 감시망이 무너진 C병동으로 레이디스를 찾으러 가는 모험보다 정상적인 사람의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세뇌시키려는 콜 박사의 행동에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사람의 기억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 것일까. 안미쳤다고 주장해봤자 "미쳤다"는 말로 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무서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한 것들과 달랐을줄이야.

 

등대에서 행해지는 끔찍한 수술을 목격하고 병원 사람들을 응징하고 테디가 이 섬을 떠났다면 이 책은 보통의 스릴러 장르와 다를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저자의 필력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시핸 박사의 독백은 결말의 반전에 놀랐던 내 가슴을 진정시켜준다. 그 뒤에 테디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뒤의 결말은 독자에게 숙제로 남겨진다.

 

처음 본 사람들과 유쾌하게 지내던 처크가 그립다. 물론 어느 것이 진짜 현실이냐에 따라 그 그리움의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테디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던 처크의 유쾌함이 나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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