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
비페이위 지음, 백지운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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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롄팡과 스구이팡은 딸 일곱 명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물론 이것만 보더라도 아들을 낳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나라도 남아 선호사상때문에 아들을 낳기 위해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덕분에 딸들은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한 동네에 사는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지는 왕롄팡, 그런 남편을 간섭하지 않는 스구이팡. 솔직히 왕롄팡의 행동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 동네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완롄팡의 권력이란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결국 이 왕롄팡의 행동이 화를 불러와 집안이 일시에 기울어지지만 왕롄팡의 큰 딸 '위미'만이 아버지와 관계를 가지는 여자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저 여자들의 집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지만 죄를 지은 그녀들은 이런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일곱 명의 딸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아이들은 세 명이다. 위미, 위슈, 위양. 아버지 왕롄팡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위미, 위슈. 위미가 결혼을 약속한 펑궈량에게 버림받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어떤 작자든 상관없어. 힘만 있으면 돼!" 소리치며 권력있는 궈자싱에게 시집가는 것이었다. 이것만이 왕씨촌 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으니까. 위슈와 위예가 영화를 보러가서 많은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사건은 정확하게 누가 그랬는지 사건을 파헤치지 않지만 왕롄팡에게 버림 받은 여자들 중 한을 품은 여자의 소행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분명 위슈는 위예에게 자리를 내어 준 차이광네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왕롄팡의 정부였던 차이광네가 계획한 일이었을까.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동안 왕롄팡에게 아내를 빼앗긴 사람들이 왕롄팡이 저지른 일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대항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그 앙갚음을 하지 않았을까. 그 외 다른이들은 분명 묵인했을 것이다.

 

위미가 왕씨촌을 떠나고 더 이상 비빌언덕이 없어진 위슈는 동네에서 놀림거리가 된다. 피해자이건만 강간당한 일로 동네 사람들에게 수모를 겪는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가족인 위후이였다. 가족조차 등을 돌려 위슈가 있을 곳은 왕씨촌이 아닌 위미가 있는 곳 뿐이어서 위슈는 위미가 있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위미와 위슈의 세력 다툼은 어린시절부터 이어온 일이라 이 곳에서도 친자매이지만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해 두 사람은 치열한 싸움을 한다. 그러나 역시 이 일에는 위미가 한수위다. 어쩌면 가혹하다 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위미와 위슈의 싸움을 보는 것이 편하지가 않았다. 궈자싱의 아들 궈주어에게 버림받고 그의 아들을 낳는 위슈의 인생은 작은 행복조차 바랄 수 없는 것인지. 분명 궈주어에게 이모가 되는 위슈가 그를 사랑한 것은 안될 일이었다. 하지만 궈주어에게 위슈가 강간당한 일을 이야기 한 위미의 행동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위슈와 궈주어의 사랑이 위미의 말로 끝이났으니까. 사랑인지도 모르고 궈주어가 떠나가고 나서야 아들을 가진 것을 알게 되는 위슈, 아들을 낳은 후 위슈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위미에 이어 위슈, 그리고 위양의 이야기들은 이 땅의 여자들의 이야기들이다. 어느것 하나 선택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그녀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갔던가. 위슈의 삶이 아버지 왕롄팡에 의해 바뀌고 그 사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애처롭다.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위미는 그런 위슈에게 권력을 주려 했지만 위슈가 선택한 것은 궈주어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서 위미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간다. 왕씨촌에 있는 가족들에게 예전의 부를 제공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나이가 많은 궈자싱을 선택한 위미의 가슴도 찢어지게 아팠겠지만 그녀가 선택한 삶으로 더 당당하게 그들앞에 설 수 있었다. 그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것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 그녀들의 인생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삶이란 이렇게 가슴이 아픈것일까. 위양의 이야기까지 읽은 지금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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