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최초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고 말하는 앨 고어,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한국인으로써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 것인가.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널리 반포하여 사용하는데 고심을 하는 세종, 세종의 밀명을 받고 석주원은 장영실이 있는 명나라로 건너가 새 활자를 주조하게 된다. 사실 석주원과 장영실이 새 활자를 주조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세종의 밀지를 받들면서 끝나면 좋으련만 이후 석주원은 해탄을 만들기 위해 주력하다 이것으로 인해 사건에 휘말려 사마르칸트로 그리고 독일 마인츠로 떠나게 된다. 스승 장영실은 명나라에 남겨진 채 이후 이 책에서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석주원이 사마르칸트를 거쳐 독일 마인츠로 가게 되면서 그가 돌아갈 조선은 더 아득하게 멀어진다. 사마르칸트에서 이레네를 구해주기 위해 독일의 마인츠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석주원이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나는 이미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끝까지 세종의 밀명을 포기하지 않고 조선으로 돌아갈 꿈을 가지고 있는 석주원, 세상의 끝에 서서 이레네와 함께 손을 잡고 조선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보며 마음이 벅차오르지만 한편으로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쓸쓸해지기도 한다. 밀명을 내린 세종은 이미 이 세상에 죽고 없기에 앞으로 그가 맞게 될 세상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게 되므로.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빼앗으려는 요한 푸스트, 비록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은 요한 푸스트에게 빼앗기지만 이레네의 도움으로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지켜내고 석주원이 운영을 하면서 이후 요한 푸스트와 두 번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부당하게 훔브레히트를 빼앗기고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는 석주원. 진실된 마음과 열정으로 피렌체에서는 물론 로마에서도 이들을 이겨낸다. 피렌체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여 자동인쇄기를 개발, 석주원을 결정적으로 돕고 이폴리토를 구해줌으로써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어 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게 된다. 금전적, 정치적으로 공략하는 푸스트 집안에 대항하여 한결같이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 결과는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로마에서조차 강물에 뛰어들려는 아멜리아를 도와주고 보호해준 덕분에 실력만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똑같은 내용전개에 우연성이 짙어 공감하기 힘들다.

 

독자의 시선이 조선에서 명나라로 다시 사마르칸트로, 이후 독일의 마인츠로 따라가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조선인 석주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한 일이지만 자칫 산만함이 느껴져 몰입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 이야기가 어디서 끝을 맺게 될까, 과연 석주원은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지만 구텐베르크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석주원의 모습을 통해 세계에서 우뚝선 조선을 느끼게 되어 뿌듯해진다.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명성에 가려 석주원의 인생이 큰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 꾸며낸 부분이 많기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구텐베르크보다 조선의 인쇄술이 앞서간다는 것에 주력하다 보니 그쪽으로 이야기가 너무 치우친 것 같아 아쉽다.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간 이들이 이 책들에 등장하여 석주원이라는 인물에도 실제감이 느껴지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생겼음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수가 없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멍한 기분이든다. 하지만 조선의 장인정신을 통해 인쇄술이 구텐베르크 보다 앞서간다는 사실은 가슴벅찬 감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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