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악녀
페이 웰던 지음, 김석희 옮김 / 쿠오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에 등장하는 큰 키의 매부리코, 얼굴에 난 사마귀에 털이 있는 '루스'와 남편인 '보보'가 끌어안고 있는 금발의 여인 '메리 피셔'의 모습은 일단 겉모습만으로도 대조적이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만나는 여자 메리에 대해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보보, 아내도 여자인 것을 정녕 몰랐단 말인가. 보보는 짐을 싸서 메리의 집으로 떠나면서 루스에게 "당신은 악녀야!"라고 소리친다. 이제는 루스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루스는 이때부터 악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역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기 위해 집을 불태우다니, 이후 루스가 남편과 메리에게 하는 복수를 보면 그녀가 얼마나 철저히 악녀가 되어가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이 낳은 자식인데 자식들을 맡아주고 돌봐주는 메리를 끌어내리면 아이들은 어디로 간단 말인가. 자식들에게조차 시선을 외면해 버리는 루스, 메리는 그저 자신의 가정을 깨뜨리고 파괴한 존재로 인식될 뿐이다.

 

보보의 사무실에서 서류를 조작하여 고객의 돈을 횡령하게 하고 회사를 차려 운영하는 등 루스가 하는 행동은 지금까지 가정에서 살림만 하던 평범한 주부가 맞는지 계속 놀라게 된다. 이처럼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녀가 보보와 메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만 실력을 발휘하는게 안타까울 정도다. 보보의 형량을 늘리기 위해 판사의 집에 들어가 가정부로 생활하며 판사와 죄인들의 형량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까지 하는 루스, 솔직히 이쯤되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내용에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탄생되는 책이라해도 이렇게 공감이 가지 않아서야 책에 어찌 몰입하란 말인가. 역시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일들이다.

 

처음에는 루스에 대해 동정심을 갖게 되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철저하게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는 메리를 보며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차근차근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루스, 이름을 자주 바꾸고 루스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오로지 복수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루스, 그녀가 얼마나 큰 아픔을 받았을지 짐작이 가지만 메리가 자신이 파경을 맞은 것은 보보와 함께 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루스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죽었다면 좋았을텐데. 루스의 최종 목적은 메리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이었나. 이왕 성형을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 고칠거라면 메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당당하게 보보의 앞에 섰다면 얼마나 멋진 결말을 맞이했을 것인가. 고작 메리의 모습으로 보보의 사랑을 얻고 보보가 자신에게 주었던 상처를 고스란히 돌려줌으로써 복수를 하는 것이였다면 오히려 루스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거액의 돈을 가지고 죽을듯한 고통을 참아가며 가지고자 한 인생이 메리였던가. 루스는 그저 메리의 모습일때만 보보에게 다가가고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불쌍한 인생이 아닌가.

 

보보와 메리에게 가하는 복수를 통해 루스가 다른면에서 얼마나 뛰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목표만 있는 루스는 그녀의 인생마저 벗어던져 버린다. 보보가 그렇게 자신에게 가치있는 사람이었는지 결말이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복수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작가의 통찰과 비판으로 '페미니즘 문학의 걸작'이라고 높이 평가받는 책이라지만 루스가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루스가 택한 인생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니 아마 내가 처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몰입이 되지 않아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기가 지루했고 루스의 복수심에 마냥 박수만 칠 수 없어 정말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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