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를 꽂고 재빨리 녹음하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곡의 처음부분이 잘린적이 많고 음향도 고르지 못했지만 그렇게 들었던 음악이 지금도 내 귓가에 머무르는 것 같다. 지금이야 CD나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듣기에 노래를 듣고 싶은대로 듣고 살지만 그 시절 라디오 DJ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지. 세월이 가면서 이런 느낌이 점점 사라지는 듯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김중혁님이 들려주는 "악기들의 도서관" 녹음 테이프는 예전의 기억들을 되살려 주며 나를 꿈길속으로 초대한다. 지금 내가 키보드를 치며 내는 '탁탁탁' 소리들, 컴퓨터가 '윙~' 돌아가는 소리, 책장이 '바스락'거리며 넘어가는 소리, 윗집에서 '저벅저벅' 걸아다니는 소리, 블로그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등은 내 귀를 통해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분명 내 몸 안에 머물지 못하고 이 소리들은 어디론가 흘러간다. 정말 소멸하는 것일까. 녹음테이프로 녹음을 하여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내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노랫소리들만이 내가 간직한 소리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악기들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어린시절 피아노를 치면서 움직이지 않는 피아노를 움직이는 것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들에게 잠시 내가 의탁했을 뿐, 내가 대단해서 연주를 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는 세상에서 악기들을 통해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속에 잔잔하게 음악이 되어 흐른다. 책 전체적으로 음악이 흐르고 있지만 귀로는 듣지 못하고 오직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으니 조금 갑갑하다. 단편 "엇박자 D"에서는 그 답답한 마음이 최고에 이르게 된다. 자신이 음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20년전 친구들에게 바치는 노래 "오늘 나는 고백을 하고"가 들리지 않아 얼마나 안타깝던지. 22명이 합창하며 부르는 노래는 음도, 박자도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엇박자로 부르며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 노래는 귓가에 오래도록 머물다 간다. 가슴도 울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소리들을 무엇으로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누군가에게는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곡이 되지만 조금은 느리게, 엇박자로 살아가는 삶도 잘못된 삶이 아님을 알아간다. 오늘은 내 귓가에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그저 평범하게 들리진 않을 것 같다. 내게 들려주는 삶과 인생 등 아주 귀한 것들을 생각나게 하니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울고 싶을때 울게도 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기에 난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