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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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며 어느새 제목을 마음속으로 따라하고 있었다. "하악하악",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때 내뱉는 숨소리처럼 들리는 이 말이 봄날 내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속에서 저자가 나에게 던진 물음들이 너무 많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나 스스로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한권의 책으로 인생의 지침서로 삼는다면 조금은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유머로 가장한 따끔한 글들, 가슴이 순간 뜨끔해졌다. 지금 한가지 질문을 기억해 낸다면 돈을 그려내어 쓸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제일 처음 무엇을 할까? 역시나 집 사고 땅 사고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채우려들지 않겠는가. 이러니 아직 세상을 덜 살았다는 말을 듣는가 보다.

 

콜라병에 담은 간장과 간장병에 담긴 콜라를 맛을 보지 않고서도 구분해 내지 못하는 내가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을 내린다. '나'란 존재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알 수 없기에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이 세상에 없음을 감사드려야 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은 시커멓게 변해버려 그 마음자리마저 찾아볼 수 없을테니까. 이 책에는 세월을 앞서 살아간 사람의 충고와 지금 현대인들에게 딱 꼬집어 말해주고 싶은 것들, 이 사회를 풍자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의 양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게 만든다.

 

글도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꽃노털 옵하'니 '캐안습'이니 내가 잘 안쓰는 글들을 접하다 보니 정말 이외수의 책이 맞아?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작가라면 어느것 하나 허술하게 넘기는 법이 없겠지만서두 어린 사람들과 대화하면 지지 않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실력을 지녔다. 삶을 유쾌하게 바라보기.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글엔 인생을 참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어느정도의 삶을 살아가고 경지에 오르게 되면 이렇게 되나. 화나는 일을 겪게 되면 내 성질을 털어내지 못해 바르르 몸을 떨고 목소리마저 덜덜 떨리며 제대로, 정확하게 내 마음을 표현해 내지도 못하고 그런 일을 겪을 때면 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한탄을 하는 내가 보인다. "이렇게 말할걸. 왜 제대로 말도 못하고 더듬거렸을까" 나 자신이 한심해서 잠도 안온다. 그럴땐 웃으며 여유롭게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딱부러지게 따져 말하고 싶건만 아직 수양이 덜 된 모양이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저자의 삶을 관조하는 이 여유로움이 좋다. 어떤 일에도 유쾌하게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마음이 좋다.

 

꽃들이 세상의 꽃병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글에서 오래 내 눈길이 머문다. 이쁘다고 개나 고양이의 목을 따서 넣어두지는 않는다는 글에 철없이 이쁘다고 땄던 꽃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파왔다. 좋아하면 곁에 두고자 꽃을 꺾고 사랑하면 아껴주고자 꺾지 않고 지켜준다는 말이 생각나서일까. 내가 좋아하고 이뻐해서 아무렇지 않게 곁에 둔 것들이 생각나고 그 물건들이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서글퍼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이지 않을까. 낡고 손때묻었지만 소중히 여기는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그저 잠깐 보고 버리는 존재가 되지 않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하악하악' 너의 생존법은 무엇이냐. 타인의 시선속에 갇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악하악' 내 속에 있는 나쁜것들을 한번의 숨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부지런히 마음을 갈고 닦아 세상을 좀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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