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웰빙음식을 먹으며 보톡스를 맞거나 눈가 주름예방을 위해 아이크림을 바르는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역시 인간은 세월 앞에 무너질 뿐이다. 그러나 막스의 고백을 들으면서 세월에 따라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으니 역시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잃어봐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나 보다. 일흔 살 노인으로 태어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젊어지는 막스 티볼리. 그는 타인의 시선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 집에서 "올드맨"으로 불리우는 막스는 평생동안 어머니께서 일러주신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이로 살아야 된다"는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앨리스에게만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책을 읽는 나도 믿기지 않는 일인데 어린 앨리스가 어떻게 이 일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겉은 중년의 나이로 보이지만 속은 어린아이인 막스는 앨리스의 어머니 레비 부인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이어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어린 앨리스에게 마음을 고백함으로써 그는 어머니와 딸 두사람을 농락한 파렴치한이 되어 철저히 배척당하게 된다. 물론 두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도 안겨줬으나 이것으로 인해 다시 만난 앨리스와 이별을 하게 되어 그 벌은 제대로 받았으니 너무 몰아세우진 말자. 서른 살에는 신체의 나이도 실제 나이도 똑같은 상태가 된다. 이때 앨리스를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사랑을 키우고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는 막스, 레비 부인과 앨리스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막스 티볼리를 죽은 사람으로 이야기 한 후 "아스가르"란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막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젊어지는 자신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지 친구 휴이가 말려도 듣지 않고 앨리스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막스가 가진 펜던트와 휴이가 막스 티볼리에게 보낸 편지를 발견한 앨리스는 막스에게 모든 사실을 듣고 떠나게 된다. 막스와 자신의 아이 새미와 함께 살아가는 앨리스.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친 것일까. 어린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준 막스와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과 아이에게 위협이 될까 무서워 어딘가로 숨어버린 것일까. 앨리스에게 첫사랑인 휴이에게 편지를 보낸 그녀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막스에게 전달되길 바랬던 것일까. 휴이와 막스가 앨리스를 찾아나섰을때 막스는 타인의 시선속에 소년의 모습으로, 휴이는 노인의 모습이라 옛날 휴이를 막스의 아들로 보던 시절과 반대로 막스가 휴이의 아들로 보인다. 어떤 모습으로든 앨리스와 자신의 아들 새미곁에 있길 원하는 막스, 이 책속의 '막스 티볼리의 고백'은 새미에게 남기는 자신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끔찍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물기 위해 남편으로 아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막스의 모습은 조금 두렵기도 하니까. 그러나 평생 마음을 나누는 친구인 휴이와 사랑하는 여자 앨리스 이 두 사람은 막스가 가진 전부였으니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끝내 알 수 없었던 것은 막스의 아버지가 실종되고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일으키고 결혼까지 했던 이유와 앨리스의 휴이에 대한 마음, 그리고 휴이의 막스에 대한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이의 동성애에 대한 사랑, 하인 테디를 사랑하는 휴이가 막스에게 품은 마음이 막스가 말한대로 "사랑"이었던 것일까. 우정으로 그의 곁에 평생 머물렀던 것이 아니었던 것일까. 막스의 사랑마저 받지 못한 휴이가 선택한 삶, 어느것하나 이해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하긴 막스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이었을테니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의 얽힌 운명의 끈이 이젠 끊어진 것인지,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