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그 일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되지만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쓴 글은 제 1회 "문학의 문학" 당선소설이라지만 그 수준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쩐의전쟁" 드라마를 보며 금융, 사채 등에 대한 내용을 조금 접해 보긴 했지만 증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한 나, 이 책을 읽자니 용어도 어렵고 머릿속에 글들이 남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집안일만 하는 30대의 평범한 주부인 나와 다르게 맹소해 대리의 사회적 성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점점 몰입해가게 된다. 하지만 친구 '미지'와의 관계, 법인 영업담당인 최 상무와의 불륜을 보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그저 남자들과 어깨를 겨누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드라마를 보면 거의 '사랑' 이야기에 편중되어 여자 주인공들이 일로 성공해도 꼭 사랑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책은 어느쪽에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맹소해의 시원스런 모습을 통해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된다. 물론 성과 돈, 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흐름을 끊어놓기도 하지만 전혀 색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러 남자들과 관계하고 양성애자로 생활하는 맹소해, 솔직히 이해되진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다루어 대중들의 호기심을 이것으로 조금 충족시키고자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흐름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기에 이 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왜 책 제목을 "하늘다리"로 지었을까. 오르지 못할 까마득한 곳에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하고 흔들흔들 튼튼하지 않은 다리로 인식되어 위태롭기만 한데, 그녀가 잡고 있는 삶의 모습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펀드매니저의 직업,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맹소해로 인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어딜가나 경쟁없이 그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 그녀의 몸짓이 애처롭지만 성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서나가려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모든 것을 이루었을때 찾아오는 허무감을 어떻게 할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