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비만한 나이때 꿈이 뭐였더라. 여러번 바뀌었는데 명확하게 기억나는 꿈은 "선생님", "피아니스트"다.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가장 멋져 보이는 분이 "선생님"이어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피아노를 배울 때라 아마도 부모님께서 장래 "피아니시트"가 되길 원하셨던 것 같다. 자기 자식은 무얼해도 크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들어간 것이다. 지금 내가 그 꿈을 이루었냐하면 아니, 그저 평범하게 집에서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슬비에게 "의사"가 되어야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해줄 나이가 되어 이 책을 보니 슬비가 부러워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교장선생님이 되어 숙제 내 주는 선생님을 혼내 주고 싶지만 교장 선생님들은 말썽 많은 아이들때문에 전부 대머리들이라 대머리가 될까 봐 교장 선생님은 포기했다. 미용사가 되어 뼈다귀 같은 걸로 머리카락을 말아주고 싶고 "슬비파마"라는 상표도 만들고 싶다. 빵집을 지날때는 빵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드라마를 보며 파티 플래너도 되고 싶은, 꿈이 아주 많은 슬비. 부모님은 그런 슬비의 생각에 기겁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순수해 보여 나의 어린시절도 그러했는지 추억에 잠기게 된다. 슬비의 글짓기 숙제도 왼손으로 대신 해 주는 엄마, 자신의 꿈이 아니기에 슬비는 차마 이 글을 제출하지 못한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숙제 하기 싫은데 잘 되었다 생각하고 제출했을까? 아마 엄마가 바라는대로 "의사"를 장래 꿈으로 생각하며 적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 숙제를 따로 보아주신 적이 없기에 더이상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부모님과 함께 한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이것조차 슬비가 부럽기만 하다. 슬비의 친구 아람이, 재현이를 보며 그 아이들도 시샘과 질투를 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동물원에서 일하다 나이들면 할아버지처럼 아파트 경비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재현이, 그런 재현이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슬비가 참 순수해 보인다. 이마음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좋을텐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이런 꿈을 가졌었다는 것조차 기억나지 않게 되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