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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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사랑도 인생도 요리처럼 레시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맞다. 내 마음을 어쩜 이렇게 콕 집어서 표현했는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부딪칠때마다 "참 쉬운일이 없다" 푸념하면서 내 마음에 맞게 인생이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 너무 자주 한다. 음식을 만들때처럼 레시피가 있다면 늘 행복함이 묻어나는 요리를 하지 않을까. 결코 슬픔이 묻어나는 요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때론 비가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며 술한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에 잔뜩 회색빛으로 버무릴지도 모르겠다.

 

나영이의 성우에 대한 마음은 열정적인 사랑을 담고 있진 않다. 헤어져도 잠깐의 아픔이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으니까. 주위사람들은 다 안다. 물론 책을 읽고 있는 나도 왜 성우가 나영이를 놓아주었는지를. 나영은 지훈이를 "오랜 친구사이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나영에게 지훈이는 첫사랑이었고, 지훈 또한 지금 만나는 유리보다 나영에게 마음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위의 시선과 상황에 무덤덤한 나영은 이렇게 유리와 성우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물론 처음 시작은 지훈이가 나영에게 첫사랑이었으니까 유리가 나영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훈이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사귄것이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나영에게도 잘못이 있지 않을까. 지훈과 사귀고는 있지만 "기다리겠다"는 지훈의 말에 확답을 하지 않는 나영,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이 될지 알 수가 없다.

 

세월이 흐르고 나영을 만난 성우는 지훈의 자리가 더 좋아보였다며 남자친구로 남기 원해 어쩌면 이 세사람의 관계가 또 시작되는게 아닌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내심 지훈과 잘되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는 성우를 보며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보내줄줄 아는 그 마음에 나영에 대한 "사랑"을 보았다. "처음부터 내 마음는 너에게 있었다"라고 말하며 유리와 사귄 지훈보다 성우에게 신뢰가 가는 것은 나의 성향에 따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들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솔직하게 마음가는대로 만나는 수진, 결혼을 인생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유리, 이들의 사랑은 결코 핑크빛이라 할 순 없다. 이젠 드라마에서 보는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가 인생은 그렇게 새콤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마탄 왕자님에 대한 로망은 언제까지고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조차 없다면 인생이 온통 어두울 것 같으니까.

 

'사랑', 세상을 움직이는데 이 '사랑'이 없으면 안된다.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도 이 '사랑'의 힘이다. 반쪽이 옆에 있어도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에게 시선이 머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이런 가슴 설레임도 있어야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 때론 힘들고 때론 고통스러울지라도 행복한 한때가 있기에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지훈과 나영, 성우 이들의 결말을 보지 못했지만 이들 사랑의 여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 단지 나영이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지만 다시 시작되는 이들의 관계를 볼때 여전히 달콤한 사랑을 꿈꾸어도 될 것 같다. 이들은 어떤 레시피로 인생을 요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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