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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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란 아기 코끼리안에 있는 요군의 가족들을 표지에서 먼저 만나니 웃음이 풋~하고 터져나온다. 엄마의 눈밑에 왠 다크서클? 초보운전자의 전형적인, 아주 긴장한 모습을 하고 있기에 내가 처음 차를 운전했을때가 생각나서 잠깐 추억에 잠기게 된다. 아빠가 아닌 엄마가 운전하는 모습은 요군의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냥 웃고 있을 수 없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책장을 넘긴다. "여자는 운전하면 안되나?" 그런말이 아니다. 아빠가 다른 여자가 생겨 집을 떠나고 요군과 나나, 그리고 엄마가 함께 지내는 좌충우돌 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생활을 보여주기에 이 표지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이 있을땐 나나의 손을 맞잡고 깡충깡충 뛰고, 원고를 쓸때면 마귀할멈 같은 얼굴로 끙끙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쥐어짜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가장으로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한편으론 아이들처럼 순수한 모습을 가진 엄마가 조금, 아니 많이 덜렁거린다고 해도 요군은 엄마에게 너무 면박을 주는 것 같다. 물론 애정어린 쓴소리겠지만 아이 둘을 데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에게도 힘든일이기에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요군이 엄마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버릇없다는 생각보다 어찌나 귀여운지, 막내 동생같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아, 이렇게 하면 아마 구로사와 아저씨처럼 요군에게 만나기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히겠군.  


노란 아기 코끼리는 운전에 미숙한 엄마때문에 상처가 많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아라모도리데'에 가서 크게 사고가 나기도 하고 무엇이든 자신 없어 하던 엄마는 생채기 난 모습을 한 노란 아기 코끼리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어디론가 떠나볼까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어 노란 아기 코끼리와 함께 한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아버지가 떠나고 조수석이 자신의 자리라 생각하는 요군, 좀 더 자라 소녀티가 나는 나나,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며 참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덜렁대며 실수를 많이 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당당한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다.  


노란 아기 코끼리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 차 열쇠를 두고 차문을 잠궈 버려 순찰자 3대가 달려오는 해프닝, 순찰차를 세웠다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요군, 오줌을 옷에 싸 버린 여동생 나나에게 어른스럽게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줌 좀 싼 걸 가지고 울면 안돼. 강하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단 말이야." 말해주는 요군,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많이 어른스러워진 요군을 보는 건 가슴이 아프지만 앞으로 세 식구는 거친 세상을 정말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두렵기도 하고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말이다.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은 요군이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건을 겪게 될까. 늘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엄마와 함께 큰 상처 받지 않고 이 세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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