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 이야기 카르페디엠 9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아여, 아여!"

피티 할아버지가 인사를 한다. 책을 읽은 나야 만나면 "안녕"이라는 말인줄 알고 반듯하게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해 줄 수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 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뒤틀려진 몸을 가진 피티 할아버지를 보게 되면 내 눈속에서 '혐오감'을 벗어 던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다. 이 책은 피티가 뇌성마비로 태어나 트레버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리울 일흔이 넘은 나이까지의 일생을 보여주기에 숙연해지기도 하고 그의 이야기에 눈물이 나 눈앞이 부옇게 흐려져 글을 읽는것조차 힘이 들고 가슴벅차는 감동을 느꼈다.

 

피티는 태어나서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부모님의 품에 있다가 윔스프링스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부모들이 피티의 양육을 포기하여 시설에 맡기는 것인데 하필 정신병원이라니, 사람들은 피티가 '백치' 상태라고 생각하지만 피티는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에 좋은 시설에서 제대로 된 간호를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 생쥐 '에스테반'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게 되고 평생의 친구인 '캘빈'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보호원들과 깊이 있는 감정을 교류하며 사람들이 떠나갈때마다 가슴이 아픈 피티에게 어느 날 캘빈마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두렵기만 하다. 자신도 '보즈먼 요양소'로 떠나게 되어 전혀 새로운 장소로 가야한다는 두려움에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겠다" 결심하는 피티. 윔스프링스에서 자신들을 동물에 비유한 나쁜 보호원도 있었지만 가족같이 대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 피티가 사랑한 '캐시',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알게 해준 '조', 조 덕분에 "키,키,키", "크크크크"하며 장난감 권총으로 총싸움 놀이도 하고 그 시절 정말 행복한 추억이 많았는데 모두들 왜 그렇게 떠나기만 하는지, 잠깐 머물다 떠나는 사람들에게 피티와 캘빈이 느꼈을 상실감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온다. 

 

피티는 세월이 흘러 계속 나이를 먹는다. 20대, 30대. 어느 새 칠십이 넘어버렸다. 보즈먼 요양소에서의 삶은 매일 똑같은 반복적인 삶이었으니 그의 삶이 얼마나 단조로웠을지 짐작이 가리라. 그래도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피티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그의 곁엔 시시와 트레버, 쇼나가 있어 닫았던 마음을 열어 사람들속에서 함께 하는 피티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이 가진 것 외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피티, 단지 평생의 친구인 캘빈을 보고 싶은 그를 위해 트레버는 캘빈을 찾고 결국 만날 수 있게 도와주게 된다. 잠깐이었지만 이 둘의 만남은 나의 가슴을 울렸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인에 의해 갈라져 볼 수 없게 되었을때 얼마나 힘들고 가슴 아팠을까 그 마음이 짐작되기에 이 둘의 만남에 마음까지 숙연해지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들을 잘 대해준 보호원이었던 '이언'까지 만나게 되니 피티에겐 트레버와의 만남이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트레버는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어 외롭게 지내던 아이었다. 그러나 이젠 피티 할아버지를 만나 성격도 밝아지고 소소한 기쁨을 알아간다. 피티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가 되어 달라 말하는 트레버, 피티에게도 이젠 가족이 생겼다. 피티의 가족이라 자청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니 피티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육체에 갇혀 자유롭게 지내지 못한 피티에게 이런 말을 하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트레버의 말대로 다음 생에서는 정말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것을 가져도 행복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세상이고 보면 피티이야기를 읽으며 작은 것을 통해 얻는 기쁨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피티의 부모들은 왜 한번도 피티를 보러 오지 않았을까. 보러 가진 않아도 자식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을텐데, 피티를 한번만 만나보았다면 그 인생이 풍요로웠을 것인데, 참 안타깝다. 피티는 살아있는 동안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단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 바람, 꽃향기 등 밖에 나가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동경하며 살았다. "아이, 고아(아이좋아)"라고 외치며 다른 세상의 모습에 들떠있는 피티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하지만 그도 마음속으로는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간절히 원했을 것인가. 캘빈, 조, 이언, 트레버 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이젠 피티가 없어도 재밌게 잘 지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것, 사는 동안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니 주어진 인생에 만족하며 기쁨과 행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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