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시대를 앞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46년간의 차이라면 요즘같아선 인간의 수명도 길어지고 있으니 분명 현시대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2001년 시대에서 1944년 전쟁상황으로 간 겐타와 1944년 시대에서 2001년으로 온 고이치, 이 둘 중 '누가 가장 힘들까?'라고 생각했을 전쟁이 끝나지 않은 곳으로 간 겐타의 상황은 생명의 위협도 느끼고, 현대적인 곳에서 살다가 먹을 것도 충분치 않은 곳에서 살아야 했기에 억울하지 않을까 생각 되었지만 역시 가족을 두고 떠나온 고이치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고이치는 처음에 바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포로로 잡혔다고 생각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함으로써 나를 웃음짓게 했지만 전쟁중에 조국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려는 고이치는 현재의 일본을 보며 "이렇게 변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려야 하나?"란 생각을 한다. 물론 겐타도 텔레비전 방송국의 조작이 아닌가 의심하며 가볍게 대처하다 진짜 이것이 전쟁중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절한 삶을 살아가며 오직 사랑하는 여자 미나미를 보기 위해 "꼭 살아남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전쟁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있는 겐타로서는 그때까지만 목숨을 보전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상황을 그리 절망적으로 느끼진 않는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기쿠오의 말을 가볍게 들은 벌일까. 겐타는 전쟁이 끝나기전 특공대가 되었을때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젊은 모습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말대로 그리 용감한 모습은 아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미나미의 할머니인 후미코와 가모시다를 이어주기 위해 가모시다 대신 가이텐에 오르는 겐타, 이들을 지켜줘야 후에 미나미도, 자신도 태어날 수 있다. 내내 탈출만을 생각하던 겐타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게 되는데.......

 

가족들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겐타로 살아가는 고이치는 미나미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싫다. 하지만 자기 대신 힘들게 살아갈 겐타를 생각하면 꼭 그 곳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 가족들의 묘를 찾아간 고이치의 묘에는 "1945년 사망"으로 적혀 있어 겐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기에 물러설수가 없다. 나는 겐타가 죽는 것도 고이치가 죽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겐타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다면 고이치가 죽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어쩌면 1945년 전쟁이 끝난 그 곳으로 간다고 해도 꼭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이 두 사람은 제자리에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 이르지만 저자는 미나미의 곁으로 돌아온 사람이 고이치인지 겐타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나미가 할머니 후미코의 유품을 정리하며 겐타가 입었던 옷을 발견하게 되면서 난 후미코가 사랑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게 되었다. 냉정하게도 겐타가 후미코와 맺어지고 고이치가 미나미의 곁에 머물게 되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물론 이렇게 된다면 현재의 미나미는 사라지겠지. 그러면 자신이 꼭 살아야 하는 이유도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겐타로서는 가족들과 미나미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을 것인가.

 

만약 겐타가 미나미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 곳에서 죽었을 것이다. 조국을 위해, 아니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미나미는 여전히 고이치를 겐타로 생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고이치가 아닌 겐타로 살아가는 고이치의 인생도 그렇게 행복하진 못했으리라.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간 겐타가 늘 생각났을테니까. 왜 저자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였을까. 현대인들의 무분별한 모습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 아니면 전쟁을 겪은 사람들을 가볍게 여기는 겐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내내 마음이 아팠다. 겐타와 고이치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해도 예전과 같은 삶은 누릴 수 없었을테니까. 극한 상황에서 삶의 이유를 이제야 알아차린 바보같은 겐타와 고이치, 두 사람 다 행복해질 순 없었을까. 한 여인을 두고 함께 사랑한 겐타와 고이치, 어떤 결말을 맞게 되든 이들에겐 아픔이 남기에 이들의 사랑이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랑이 이렇게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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