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전
쓰카 고헤이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자여서 그랬는지 솔직히 남자가 따르는 얼굴이 있다며 두꺼운 안경을 벗은 '미치코'의 모습을 그렇게 묘사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도쿄대에 수석으로 합격한 그녀가 왜 노리개마냥 그런 인생을 살아야 했을까. 그래 나는 미치코가 '노리개'였다고 생각한다. 오니시마가 미치코를 자신의 여자로 생각하여 함부로 대할때조차 딱부러지게 내치질 못하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버려 자살까지 하게 한, 여자문제가 복잡한 가쓰라기에게 마음을 주는 미치코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쓰라기에게 마음을 주면서도 왜 그녀는 기노시타와 동거를 했던 것인가. 가족들에게까지 천대받고 식모와 함께 지내야 했던 지난날을 볼 때 많이 외로웠으리라 짐작되지만 이후의 그녀의 행보를 보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기동대 대장 야마자키가 미치코의 엉덩이를 만지고 두꺼운 안경을 뺀 미치코의 모습에 반해버려 시위할때 기동대가 지켜줄 것이라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전설의 돌, 파란 하늘에 유성처럼 빛의 꼬리를 끌며 나타나 기동대의 방패를 부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드는 돌"이라고 어떤 남자가 말하는 대목에서 '아, 이 책의 제목의 뜻이 그러하구나' 묵직하게 다가왔던 "비룡전"이 너무도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학생운동을 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어쩌면 기동대 대장 야마자키의 행동은 조금은 유쾌하게 느껴져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듯 하지만 이후에 정보 수집을 위해 미치코가 야마자키와 함께 살며 아이까지 낳는 모습은 "미치코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게 만든다.

 

전공투 40만을 대표하는 위원장이 되는 미치코, 물론 이것도 가쓰라기를 위해 위원장 자리에 앉아 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 위해 맡았다. 위원장이 되며 가쓰라기와 동거하는 미치코. 일본문화를 잘 몰라 전공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나 도쿄대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가쓰라기를 사랑하는 마음에 위원장까지 되고 점점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채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미치코를 보면서 왜이리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 멋지게 성공하여 자신을 천대하는 아버지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우뚝 세울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연약한 모습으로 한껏 외로워 하는 모습을 하고 몇 명 남자의 품에 안기게 되는 모습에 이것이 무슨 "엇갈린 운명의 뜨겁고 안타까운 사랑"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녀가 선택한 삶이기에 후회가 없을거라고?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분명 나중에는 야마자키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그것으로 되었다고 해야하나.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적이 된 기동대 대장 야마자키와 학생운동 리더 미치코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려고 했다면 내 마음속에는 이들의 사랑이 머물지 않아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1970년대의 일본의 상황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낯설지 않게 다가온 일본의 학생운동, 하지만 역시나 거리감을 많이 느끼게 된 책이었다. 그만큼 "비룡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의 지식이 짧았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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