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에로틱한 잠재력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경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제목을 보고 남편에게 "나에겐 어떤 에로틱한 잠재력이 있어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요리하는 모습이 이쁘다"라는 대답을 듣고 실망을 하고 말았다. 주부라면 늘 하는 청소나 빨래, 요리 등의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이쁘다니, 부엌에서 지글지글 음식하는 소리와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요리 냄새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는 말이겠지만 누구나 보일 수 있는 모습이기에 '나만의 에로틱한 잠재력'이 아니란 것에서 실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자, 그럼 상황을 바꾸어서 내가 남편에게 에로틱한 모습을 발견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요리를 돕거나 청소를 하는 모습이 이뻐 보이니 그저 집안일을 도와줘서 고마운 좋은 감정만 드는 모양이다. 부부생활을 함에 있어 엑토르와 그의 아내 브리지트가 가지는 "판타지"는 평생을 함께 해야할 부부에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엑토르는 창문을 닦는 아내의 모습을 보기 위해 하루도 집을 비우지 못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또 다른 형태의 수집광의 모습이 아닐까 걱정을 하지만 다행히 누구에게나 창문 닦는 아내의 모습이 묘하게 신선하고 흥분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병이 도진 것이 아니라는 아내의 말에 안도하게 된다. 브리지트가 맘속에 간직하고 있던 엑토르에 대한 '판타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19금에 걸려 혹여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므로. 이렇게 이야기 하니 더 궁금해지지 않는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 혹 집착하는 성격이라도 미안하지만 알려 주고 싶지 않다. "뭐 내가 사악하다고?"

 

창문 닦는 모습의 아내를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모습은 몹시 변태적이긴 하다. 그러나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제까지 모았던 물건들보다 아주 긴 지속성을 가지고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그나마 다른 여자에게 바람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것 같다. 서로가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 유리창 닦는 횟수를 조절한다든지 자신의 판타지를 위해 타인의 판타지도 존중하는 모습에서 이 부부가 아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다른 부부들조차도 이들의 솔직한 모습에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니 부부의 고민상담을 해주는 부업을 해도 돈을 잘 벌 수 있지 않을까. 저녁 초대 받은 곳에서 바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는게 아니기에 솔직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타인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으리라.

 

결혼 후 사랑하는 마음은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미운정 고운정이 들고 자식이 생김으로써 인생의 동반자로 친구 같은 감정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게 되지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환상적인 모습, 에로틱한 잠재력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평생 함께 하면서 늘 연애하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난 엑토르와 브리지트를 보니 그 행복감에 잠시 시기하게 된다. 아이를 낳을때조차 남편에게 깜짝 선물을 하는 브리지트,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엑토르 당신은 정말 행운아다. 나에게도 나도 모르는 에로틱한 잠재력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 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당신은 어떤 에로틱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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