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즈 비 Boys be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가슴속이 뭉클하기도 하고 즐거워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도대체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에이조라면 "그냥 느낀대로 말하는거지. 뭘 고민하나?"라고 툭 던지듯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하야토가 동생 나오야를 생각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에이조와 하야토가 엄마가 만들어주던 푸딩 맛을 동생에게 맛보게 해 주기 위해 직접 푸딩을 만드는 모습은 이웃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녹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쓰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던 에이조의 작업장 가까이에서 그림 수업을 받고 있는 동생 나오야를 기다리다 에이조와 하야토가 만나게 된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나오야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에이조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에이조의 말대로 했다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함께 고민하며 점점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껴보지 못했지만 나조차도 '죽음'이란 것을 눈 앞에 보고서도 믿겨지지 않는 것을, 엄마를 이 세상에서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섯 살의 나오야가 어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보이던 사람이 눈에 안보이면 잠깐 어디 여행이라도 떠난 것으로 생각될 뿐 영원히 내 곁을 떠났다는 것을 좀체 믿을 수가 없다. 하야토의 말처럼 삶도 이해하지 못할텐데 어찌 죽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엄마를 잃은 고통은 아이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빠도 혼자있을때 울어버릴만큼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것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긴 하지만 하야토는 세상에 없는 엄마와 같이 아빠마저 멀리 떠나려는 것 같아 무섭다.

 

아직 어린 하야토는 엄마,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동생을 감싸안으려고 한다. 에이조가 보기엔 어린나이에 왜저리 신경쓸게 많을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 듯 어리긴 하지만 어른 못지않은 깊은 마음 씀씀이에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된다. 엄마의 쌍둥이 자매인 이모가 집에 계속 드나들면서 엄마의 자리가 자꾸 사라지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는 아이들, 그러나 그 무엇도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다. 엄마가 없다면 아빠가 그 자리를 메워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늘 꽁꽁 가슴속에 덮어두었던 아빠에 대한 마음이 하야토의 가슴에서 둑이 무너지듯 분출한다. "아빠가 필요해. 엄마처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울어버린다.

 

혹여 이모를 재혼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이조라면 하야토, 나오야,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를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텐데, 하야토는 에이조의 작업장에 이젠 아빠도 데려오고 싶어진다. 예전의 에이조라면 "싫다"고 고함을 쳤겠지만 이젠 아이들의 할아버지 같이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져 이 네 사람이 앞으로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버리고 아이답게 뛰어노는 하야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나오야가 에이조와 함께 하는 생활을 들려줄테니 분명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하야토와 나오야의 마음속에 슬픔은 추억이 되어 옅어져 가겠지. 그러나 엄마의 기억들을 완전히 잊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