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스탈린만을 평생 연구해온 사학자 플루크 켈소는 죽은 스탈린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아있는 켈소의 심장을 움켜쥐고 놔주지 않는 스탈린, 우연히 스탈린의 임종 때 베리아에 의해 빼돌려진 "스탈린의 비밀노트"의 존재를 아는 늙은 라파바에게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때 켈소는 사학자로서 이런 엄청난 사건을 자신의 손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는 것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아직 죽지 않은 스탈린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금고를 열어 이 노트를 땅에 묻어버린 것일까. 스탈린은 마지막 임종시 눈앞에 베리아를 떠올렸을 것이다. 원망? 아니면 믿음? 어떤 마음으로 그를 생각했을까. 스탈린의 사후 정권을 쥔 베리아를 보면 스탈린은 죽어가면서 베리아에게 저주를 퍼부었을 것 같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한 스탈린에 의해 잠시 베리아가 정권을 잡았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스탈린이 기록한 노트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지니지만 아직도 스탈린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노트의 존재가 밝혀지면 현 정권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켈소는 라파바를 만난 후 들은 이야기를 마만토프에게 한 뒤로 도청당하고 미행당하는 신세가 된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에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위협이 되는 것일까. 라파바가 노트의 가치를 따져 사랑하는 딸 지나이다에게 큰 돈을 마련 해 주기 위해 이 노트를 넘기고자 쪽지를 남겼지만 그는 이 노트로 인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아주 잔인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간다.  

 

마만토프를 감시하던 수보린 소령은 이제 켈소와 기자인 오브라이언, 지나이다까지 쫓게 되는데 수보린은 켈소에게 적일까, 아군일까. 책을 계속 읽다보면 마만토프로부터 켈소와 지나이다를 보호하려는 모습이 보여 아군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탈린의 비밀노트를 가지고 아크엔젤로 향하는 켈소를 쫓는 수보린의 모습은 본인은 명령을 받는 수동적인 위치이긴 하지만 분명 켈소와 오브라이언을 죽이려고 찾아가는 듯 해서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가 없다. 그 곳에 도착하여 죽이지 않고 보호한다는 구실로 켈소와 오브라이언을 찾아갔다고 해도 이들에겐 충분히 생명에 위협이 되었을테니까.

 

스탈린의 비밀노트라고 하지만 스탈린이 쓴 것도 아니고 '안나 미하일로프나 사파노바'가 쓴 노트이지만 이 일은 그냥 넘기기엔 큰 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스탈린에게 제물로 바쳐진 콤소몰 소녀인 안나, 스탈린은 자신이 죽고 난 뒤의 상황까지 모두 생각해 둔 것이리라. 그렇지만 한 여인에게는 너무도 끔찍한 처사가 아닌가. 정치가 무엇인지, 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정적들을 죽여야 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아직 스탈린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그 영광을 계속 누리고자 계책을 세우고 많은 이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한다. 책에 흠뻑 빠져들었는지 실제 이 노트가 있었는지, 이후에 상황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궁금해진다. 스탈린 사후 45년, 그의 광기의 이데올로기가 다시 부활되었을까, 저지 되었을까 참으로 궁금해지지 않는가. 비록 책속의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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