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달리아 1 밀리언셀러 클럽 53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토막한 젊은 여인의 시체. 엘리자베스 쇼트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탐문수색을 벌리는 경찰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을 이룬다. 리 블랜처드와 블라이처트는 파트너가 되어 이 사건의 범인을 찾기 시작하지만 CSI를 텔레비전으로 보며 범인을 쉽게 잡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는지 이들이 탐문을 하고 추리를 하며 범인에게 접근해가는 과정은 솔직히 조금 지루하다. 여동생이 납치되어 죽은 기억이 있는 리는 엘리자베스 사건에 집착하게 되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짐으로써 블라이처트는 리와 엘리자베스 이 두 사람을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

 

"범인이 누구일 것이다.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등 엘리자베스 살인사건을 두고 내기를 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그리 좋게 보이진 않는다. 그녀에 대해 알아갈수록 군인들을 상대하던 "창녀"라는 생각에 나조차도 그녀의 희생에 관심이 옅어지고 경찰 내부에서는 창녀가 아닌 아주 순수한 여인이 희생되었다고 거짓을 말함으로써 이 사건으로 관심을 받아 더 높은곳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권력을 향한 엘리스 로의 행동으로 블라이처트는 이 일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를 알아갈수록 그녀에게 빠져드는 블라이처트, 엘리자베스를 닮은 매들린을 만나 매들린이 피해자와 접촉한 사실을 덮어주고자 그녀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보며 블라이처트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매들린과의 관계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됨으로써 블라이처트의 인생은 밑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게 되니 죗값을 충분히 받았다고 해야 할까. 범인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는 경찰에게 범인의 편지가 도착하고 "이제야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희망을 가지게 되나 뒤로 갈수록 범인의 자취는 찾을 수가 없어 "이 사건은 영원히 땅속에 묻히게 되나" 걱정이 된다. "블라이처트가 이 사건의 범인을 멋지게 잡아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면서 읽었기에 사건과 관계없는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글들은 나의 인내심을 바닥내 버렸다.

 

어찌되었든 엘리자베스를 토막낸 장소를 찾아내게 되는 우연과 매들린과 관계한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기 위해 범인을 직접 처단해 버리는 블라이처트, 모든 사건 정황을 추리함에 있어 나는 그저 수동적으로 블라이처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어 자신이 찾아낸 범인이 진범이 아니란 것을 추리하며 진범이 누구인지 추리해내는 블라이처트를 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지 않을까.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윤곽이 전혀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 그저 머릿속에서 추리를 해서 좁혀가는 수사망을 보니 전혀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엘리자베스와 똑같은 모습으로 술집을 돌아다니는 매들린을 보며 그녀를 이용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건만 매들린조차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대체 "블랙달리아"라고 불린 엘리자베스의 살인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오히려 블라이처트가 리와 파트너가 되어 리와 케이의 잘못된 관계, 리가 "블랙달리아" 사건의 범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실망만 하지 않았던가.

 

주인공은 분명 "블랙달리아"이지만 그녀의 일을 수사하면서 다른 일들이 파헤쳐지면서 그들의 죄를 은닉하기 위해 오히려 이용만 당한 블라이처트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만 하다. 모든 사건의 배후가 밝혀진 지금 블라이처트가 케이와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비록 케이도 원하지 않게 이 일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지만 서로가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엘리자베스 또한 강간을 당하고 창녀처럼 살아가긴 했지만 그녀도 엄연히 피해자가 아닌가. 희생당한 엘리자베스를 기억해주고 가슴아파해 주는 사람이 없어 슬프지만 창녀여서 그런일을 당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를, 분명 지금 살아있었다면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