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 맞게 되는 뜻하지 않은 반전, 그리고 또 연이어 터지는 반전. 난 여기에 열광한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말, 이것만큼 나를 흥분시키는게 있을까.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체포되다"니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토머스가 체포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웨이터가 직업인 하층민인 그가 이 어려운 문제를 무슨수로 다 맞추었겠나, 아마 이것이 방송관계자들이 토머스를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한데서 저지른 실수였을 것이다.     

 

분명 제대로 퀴즈를 풀었다면 두번째 문제에서 그는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방송의 재미랄까, 없는 사람 돈 보태주자는 마음이었는지 퀴즈쇼의 사회자 '프렘 쿠마르'가 문제를 바꿈으로써 끝까지 문제를 풀 수 있었으니 역시 행운의 여신은 토머스의 편이었다. 체포된 토머스에게 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퀴즈쇼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자백을 받으라고 지시받은 고드볼은 토머스를 고문한다. 그 때 토머스를 구하러 나타난 변호사 스미타, 이제 그는 십억 루피를 받아 억만장자 퀴즈왕이 될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무일푼으로 사랑하는 사람 니타를 창녀촌에서 구할 돈도 얻지 못한채 괴로움에 빠져 살아가게 될 것인가. 그 결과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야한다. 솔직히 난 손님에게 구타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니타를 구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토머스가 나간줄 알았다. 그런데 토머스의 뜻은 다른데 있었다.

 

변호사 스미타에게 자신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 맞췄는지 보여줘야 할 상황. 학교도 다니지 못한 그가 무슨수로 제시를 할 것인가. 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모두가 이 열두 문제의 답을 맞출 수 있게 해 줬으니 자신의 삶을 그녀에게 말해줄 수 밖에 없다. 하나씩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퀴즈쇼에서 출제된 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그의 인생이 이렇게 큰 행운으로 보상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과 함께 살때 옆에 살던 구디야의 아버지를 계단 난간에서 밀어버리고 도주하고, 기차에서 맞딱드린 강도를 총으로 죽인 토머스, 이 이야기만 들으면 섬뜩하여 가까이에 오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허나 딸을 겁탈하려는 구디야의 아버지를 계단에서 밀어버림으로써 누이로 생각하는 구디야를 구하고 싶었고 기차안에서 치욕을 당하는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총을 쐈으니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잇을까. 이것들은 훗날 그에게 아무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말은 토머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니타를 구하기 위해 가져온(훔쳐왔지만)돈을 광견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돈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선뜻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마지막 문제의 힌트를 사회자인 '프렘 쿠마르'가 가르쳐주는데 솔직히 난 알아듣질 못했다. 늘 중요한 결정이 있을때 마다 행운의 동전을 던져 점치곤 했던 토머스는 이번에도 그렇게 선택을 하고 이 퀴즈쇼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난 여기에서도 속아넘어 갔다. 동전이 어떤 면이 나오든 프렘 쿠마르가 "앞면이 1번이군요"라고 소리치도록 되어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으니까. 시종 유쾌하게 읽었던 이 책에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문제를 풀때마다 해 줬던 이야기들과 별도로 토머스가 겪었던 다른 이야기들을 함으로써 이 두 이야기가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헷갈렸던 점이다. 왠지 뒤죽박죽된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 이야기는 언제 겪은 이야기일까 고민하며 읽었다.

 

토머스가 행복해져서 나도 행복하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그에게 가족이 생기고 토머스로 인해 주위사람들도 행복해졌으니까. 역시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가 보다. 결말이 참 마음에 든다. 상금을 빼앗길줄 알았건만 정당하게 가져오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체포된 사나이 토머스, 그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그러면 인생이 보일 것이다. 그나저나 문제를 맞추다 답을 몰랐다면 그동안 모아놓은 상금이 아까워서 내 속이 상했을 것 같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잃을것도 없다는 토머스의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할 필요가 있다. 욕심, 이 욕심을 버려야 인생이 즐거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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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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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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