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역사 뫼비우스 서재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30년간 한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니 가슴이 턱 막히는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세 가지 사건은 분명 단독으로 일어난 사건이나 세월이 흐르면서 묘하게 얽혀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새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살아가게 되니 어떤 일이든 시간앞에서는 퇴색되기 마련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온다. 분명 죽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억만이라도 오래 남아있길 바라지 않을까. 많은 세월동안 자신의 죽음으로 마음 아파하는 것은 바라지 않겠지만 말이다.

 

여러명의 자식들중 유독 이뻐하는 아이의 실종과 죽음, 세상천지가 암흑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빅터가 죽어 아멜리아와 줄리아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를 보게 된다. 텐트안에서 아멜리아와 올리비아가 함께 잠들었으나 올리비아는 실종되고 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는데 아버지 물건에서 나온, 올리비아가 늘 가지고 다니던 블루 마우스가 발견됨으로써 이 사건의 재수사를 의뢰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사실 난 올리비아를 죽인 사람을 빅터로 생각했으나 범인은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빅터도 연관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잭슨에게 도움을 청하는 아멜리아와 줄리아, 꽤 시간이 지났는데 과연 잭슨이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잭슨이 꼭 해결하리라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버려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전혀 긴박감은 찾을 수가 없다. 그저 가족을 잃어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 지루하다.

 

사건이 일어날때 마다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인지,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수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며 읽었다. 사랑하는 딸 로라를 잃은 테오, 역시 범인을 찾지 못해 잭슨에게 의뢰하고 주변인들을 만나며 잭슨은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게 된다. 자식을 땅에 묻었지만 살아있었다면 몇살이었을지를 생각하며 여전히 마음에 두고 그리워하는 테오. 그런 그가 안쓰럽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곁에 살아있는 딸인 제니퍼에 대해서는 로라만큼의 사랑도 주지 않는 그를 보면 냉정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이기심에 또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고 있으니까.

 

남편을 도끼로 죽이고 감옥에 간 미셸, 그녀의 딸 탄야는 여동생이 맡게 된다. 그러나 언니의 바램대로 탄야를 기르지 못하고 형부의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겨 버리는 셜리, 탄야를 찾고 싶으나 연락도 되지 않아 잭슨에게 의뢰하게 된다. 잭슨 자신조차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누군가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나 성폭행을 당하고 죽은 누나의 생각에 여러 사람의 의뢰를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도 딸이 있고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면서 자신의 아픔도 서서히 치유가 된다. 

 

탄야가 아닌 릴리-로즈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자, 노숙자처럼 살아가지만 테오에게 딸은 아니지만 로라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그녀. 올리비아를 죽인 범인은 물론 올리비아가 묻힌 곳도 찾게 되는 잭슨, 그로 인해 아멜리아, 줄리아에게도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 적어도 올리비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았으니까. 범인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에게 희생당하여 오히려 이것이 더 끔찍한 생각이 들게 한다. 잭슨의 누나를 죽인 사람만 알 수 없을뿐 30년간 이 마을에서 벌어진 3가지 사건의 수수께끼는 다 풀어진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해결되다니, 경찰들의 무능함만 부각된 것은 아닌지. 이제 사람들은 아픔을 딛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마음의 안식을 얻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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