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2 - 최후의 결전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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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내가 꾸는 꿈이라면 대부분 깨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조로운 일상들 뿐이라 실망스럽기만 하다. 꿈에서라도 멋진 남자가 나타난다면 깨기 싫어 계속 자고 싶어질텐데. 그런데 여기 잠을 자는 것이 무서워진 사람들이 있으니 큰일이다. 노세, 아츠코, 고나카와, 오사나이, 이누이 등 DC 미니의 부작용으로 이것을 몸에 부착한 사람들은 여전히 이것에 시달리니 큰일이다. 서로의 꿈속에 흘러들어 싸우고, 꿈에서 보았던 것들이 실제 나타나서 사람들을 죽이고 상처를 입히니 끔찍하다. 꿈속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들은 그저 사라지면 그 뿐,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서 치료하던 파프리카도 위협받을 지경이니 앞으로 이 사태가 어찌 마무리 될지 걱정된다.


"우리들의 적은 꿈속에서 빠져나온 요괴들이다"

고나카와의 말을 들은 경시청 내 대책본부의 사람들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그러나 현실에선 분명히 이누이의 꿈속에 있던 괴물들이 돌아다니며 마구 살상을 하고 있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람들을 위해 DC 미니를 발명한 도키타는 이것이 어떤 폐해를 낳았는지 알았으니 이젠 어떤 발명을 하든 안전장치를 꼭 해두겠지. 사람들보다 앞서가며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발명한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


이누이가 파괴의 마신 "아스모데"로 바뀌어 위협을 가할때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아스모데"라고 소리치자 이 괴물이 사라진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영화나 만화로 만들어지면 애들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실제 파괴의 마신인 아스모데를 내 눈앞에서 본다면 나도 이들처럼 "아스모데"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을 부를지도 모른다.


부이사장인 이누이가 이사장의 자리를 노리고 아츠코와 도키타가 연구한 자료를 빼앗아 노벨상을 타기 위해 이 연구소를 장악하려 한다는 애초의 생각은 DC 미니로 인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내부 권력의 문제에서 세계적인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아무리 SF소설이라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이야기는 솔직히 적응하기 어렵다. 평안하게 생활하던 도시에 '고질라'나 '용'이 나타난 느낌, 그랬다.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한 생각이란 웬 괴물들이 나타난 SF영화를 보는 듯 했으니까.


꿈속에선 못하는게 없을 것이다. 생각한대로 다 이루어지는 멋진 세상, 그러나 꿈속에서 오사나이의 머릿속에 부착된 DC 미니를 떼어내 현실로 가져오는 설정은 내가 너무 현실적인가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 장치의 효과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하기 시작하니 이젠 현실에서 꿈속에서 움직이는 '파프리카'를 만날 지경이라 내가 보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누이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그를 찾아다닐때 지금의 이누이가 꿈속 사람인지 현실에 있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하니까 과연 이누이를 잡아 이 괴물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


처음 작가가 이 책을 집필했을때 어떤 의도로 만들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시작은 작았으나 끝으로 가면서 이야기에 살이 붙고 거대해졌으리라.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져 상상력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감이 떨어져서 이해력 또한 떨어지니 문제이다. 이 내용을 화면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몇 프로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이젠 사람들이 잠자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노세의 꿈속에 있던 호랑이가 다시 나타나거나 이누이가 만든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해야할 지경에 왔으니 이젠 현실에서든 꿈속에서든 편안함을 얻긴 힘들어졌다. 어디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겠는가.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을 억지로 맺은 듯한 느낌, 아직도 세상에는 DC 미니의 부작용으로 이상한 괴물들의 습격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꿈속에서만이 아닌 현실에까지 이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은 분명 무섭고 끔찍하기까지 하다. 나는 내 앞에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해도 놀라지 말아야지. 노세의 꿈에서 나온 녀석일테니까. 그나저나 어찌 도망친담. 정말 '슈퍼맨, 스파이더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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