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이시다 이라.이사카 고타로 외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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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름만 말하면 알만한 유명한 작가들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남성작가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떤 색깔일까. 잔잔하고 단조롭다고 해야하나, 불같은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개성있는 모습을 한 이들의 색깔이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너무 단조로워 퇴색된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나의 마음속에 불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동경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결혼하여 가족을 이루고 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잘못된 것일까.

 

가슴두근거림을 느낀 단편이라면 [마법의 버튼]과 [졸업사진]일 것이다. 오랜 친구관계에서 연인이 되는 모에와 류스케,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났는데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는 와타나베와 기우치. 솔직히 "마범의 버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졸업사진"에선 좋아했던 와타나베의 얼굴과 이름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기우치의 모습은 조금 생경스럽다. 이야기를 나눠보다 보니 이름이 같았던 다른 와타나베를 생각하고 말을 했던 그녀이기에 금세 새록새록 솟아나는 사랑의 감정이 못마땅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시간 묻어두었던 감정이 시간이 지남에도 녹슬지 않고 핑크빛 사랑으로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겠지.

 

작가가 남자임에도 여성의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작가들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걸"을 읽고 느낀점인데 "작가가 정말 남자맞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여기 실린 단편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선이 남성적인 것 같다. 여성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서툴고 일상에서 일어날 지극히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삼고 있으니까. "I LOVE YOU", "사랑해"라는 말처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떨리게 하는 단어가 이 세상에 존재할까. 어떤 물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헤어져 몇 년만에 만나는 연인 사이에도,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사랑해"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고 마음을 울린다. 그 어떤 변명의 말보다. 아마 이 땅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빠진다면 세상은 더이상 돌아가지 않겠지. 죽어버려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이 단어를 빼고는 삶을 이야기할 수 없을테니까.

 

여섯편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각 각의 빛깔들은 퇴색된 것도 있고 분홍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있지만 어느 것하나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세월이 많이 지나 색이 바래졌다 해도 그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아련히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다. 어떤 사랑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불 같은 사랑, 열정적인 사랑,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해오던 사랑을 이야기 하겠지. 나는.....가슴을 울리는 조용한 사랑을 하고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생각했을때 가슴이 설레어 오는 사랑말이다.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냐고?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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