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동물의뢰건 80%, 불륜사건 20%를 맡고 있는 모가미의 탐정사무소, 상상속에서야 범인들을 멋지게 처리하고 시체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그런 탐정을 생각하지만 역시 살인이 일어난 곳에서 시체를 본 그가 한 행동은 음식물을 다 토해내는 것이었다. 이구아나나 개, 고양이를 찾아다니며 밀림속을 탐험하는 모습이 그에게 잘 어울리긴 하지만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에도 주저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데로 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탐정모습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아버지가 바다에서 죽고 그 뒤로 다시마를 먹지 못하는 모가미, 학창시절 갇힌 기억때문에 열쇠있는 닫힌 공간에서 견디지 못하는 모가미의 앞에 나타난 비서 기타기리 아야. 분명 이력서를 보낼때 함께 보낸 사진에는 몸매가 이쁜 젊은 여자였는데 막상 근무하러 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이 두사람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상상하는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죽은 이구아나를 묻어주지 않고 단열재 사이에 두는 모습은 조금은 인간미가 없어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가족을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이야기하는 모가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야는 그 말을 듣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모가미의 마음이 따뜻한게 보이지 않는가. 무엇보다 할머니를 채용해서 쓰는 착한 사람이니까.

 

애니멀 홈과 인연을 맺게 된것은 아무래도 동물들에 관계된 일을 하다 보니 주인 없는 동물들을 그곳에 데려다 주면서였다. 부부가 함께 하는 애니멀 홈, 그때부터 그의 마음속에는 쇼코가 들어와 있었으니 가츠유키의 아내인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쇼코와 어떻게 해 보겠다는 마음은 없다. 쇼코 못지 않게 가츠유키도 좋아하니까. 시베리안 허스키를 애니멀 홈에 데려다 준 후 이 꼬맹이가 사라져서 찾으러 가게 된 모가미와 아야가 발견한 것은 쇼코의 아버지의 시체였다. 역시 꼬맹이가 쇼코의 아버지를 물어 죽였을까. 꼬맹이를 잡으려고 겐 씨의 거처로 갔을때 그의 엉덩이도 살짝 깨물은 놈이라 사람을 물어 죽였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꼬맹이가 아닐 것이라는 마음과 쇼코에 대한 마음으로 이 위험한 일에 뛰어들게 된 모가미, 이젠 제대로 된 탐정수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젠 아야도 함께 동행하여 수사를 함께 한다니,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모가미가 등에 업고 탐문수사를 해야 하긴 하지만 어느새 아야가 없는 모가미 탐정사무소는 생각할 수가 없다. 주부들과 수다를 떨면서 알아내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소용없긴 하지만 늘 맛있는 도시락을 준비하여 그를 챙기니 모가미도 싫진 않을 것이다. 비록 쭉쭉빵빵 이쁜 아가씨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야 덕분에 두번은 목숨을 건지지 않았던가. 비록 아야 덕에 죽을 고비 또한 넘기긴 했지만 이렇게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던 시간으로 인해 닫혔던 마음이 열려 J의 가게에서 다시마를 다시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삶은 계란과 함께.

 

가츠유키는 쇼코의 아버지 목에 난 이빨자국으로 범인이 시베리안 허스키인 꼬맹이가 아니라 피트불이라고 단정짓는다. 녀석들의 이빨자국을 얻기 위해 겐 씨와 함께 나카즈카 저택으로 향하는 모가미. 노숙자인 겐 씨에게서 냄새가 지독하게 나지만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개들이 겐 씨의 냄새를 너무 좋아하니까. 나는 사실 범인으로 쇼코의 오빠를 의심했었다. 애니멀 홈이 있는 땅을 팔아 회원제 쿠어하우스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범인을 잘못 짚고 말다니, 살인사건의 배후가 된 인물들이 끔찍하다. 무엇보다 모가미의 마음이 상처받았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 살인사건을 해결하고도 여전히 동물찾기, 불륜사건을 다루게 되는 모가미의 곁에는 이젠 아야가 없다. 독거노인 지원 네트워크의 직원인 사와키가 아야의 마지막 편지를 모가미에게 전해주었을때 왜 눈물이 났지? 몸이 아파 휴가 신청한 것인데. 그동안 아야로 인해 마음이 따뜻해졌었나 보다. 할머니가 무슨일을 하겠나. 모가미에게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떨어뜨려놓고 갈까 늘 먼저 차에 올라타는 아야의 모습에 웃음이 나고 잡혀있는 상황에서도 그를 안심시키는 모습에서 나도 위안이 되었었나 보다.

 

아야를 언제 내쫓나 고민하던 그에게 이젠 남은건 꼬맹이뿐이지만, 여전히 아야와 함께 삶은 계란을 나눠먹는 모가미의 모습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첨단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몸으로 때우며 동물들을 찾는 탐정 사무소이지만 이젠 문을 열어 둬도 꼬맹이 덕에 도둑이 들지도 않겠고 무엇보다 열쇠가 달린 문을 꼬맹이가 잘 여니까 걱정이 없다. J의 가게에 가면 아야가 부르던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해지지만 말이다. 혹 동물이 없어졌다면 이 탐정사무소에 의뢰해 보면 어떨까. 아~나도 아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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