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희망을 - 엄마와 딸이 행복한 세상
오한숙희 지음 / 가야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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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땅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남자로 사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친정어머니가 남아선호 사상이 있어서 차별하여 키우신 건 아니지만 분명 나와 여동생 뒤에 남동생을 가지신건 그래도 아들에게 뭔가 바라는게 있으셔서일 것이다. 난 오히려 돌아가신 외할머니께 여자여서 서러움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남동생 옷이라도 넘어서 지나가려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었으니까. 남동생이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올때는 외할머니의 영접을 꼭 받고서야 들어오곤 했으니 그 위세(?)가 과히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리라 생각된다. 이런것들을 보고 자라고 나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면서도 아들에 대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느냐 하면 아직 뭐라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자식을 낳아보지 않았으므로, 사실 남편이나 나는 딸을 원하지만 시댁에서 '아들'이야기를 할때 초연할 자신이 없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성학을 강의하는 오한숙희, 이 책의 저자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세상이 심어놓은 그릇된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얌전해야 한다, 큰 목소리를 내지마라, 여자는 결혼만 잘하면 된다" 등등 난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거대한 힘에 눌린 듯 살아온 인생이 보이는 것이다. 딸을 낳으면 그 아이가 살아가면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아이가 잠을 잘 잘수 있게 요람을 흔들어주듯 생각을 흔들어 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이렇게 키우고 싶다 생각했던 것을 저자는 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조카의 진로를 결정해 주고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 딸이 의사 모자가 아닌 간호사 모자를 만들어 가지고 갈 때 왜 의사 모자를 원하지 않는지 물어보고 누가 뭐라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라고 말해주는 사람, 왕비보다는 여왕이 돼라고 딸에게 말해 줄 수 있는 엄마이기에 부럽기도 하다. 내가 가져 보지 못한 호사라고 생각되니까.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내가 공주도 못되는 내가 왕비가 아닌 여왕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깨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딸이 힘들고 힘이 빠졌을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존재가 어머니일텐데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결혼과 출산후 아이를 양육하느라 집안에서만 갇혀 있는 여자들, 직장에서 외면받고 살아온 우리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자라는 글을 봤을때의 충격이란 지금이야 호주제 폐지, 출산휴가 등으로 인해 여자의 위신이 많이 높아져서 차별받던 대우가 개선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곳곳에서 결혼한 여자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못한게 사실이다. 아이들조차 "엄마 돈 벌어오라"고 등을 떠민다고 하지 않는가. 더 큰 집, 더 큰 차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원하는 자식들로인해 직장으로 돈을 벌러 나오는 엄마도 있는게 현실이니까. 그때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여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것이 지금의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족보에 이름을 올려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난 저자의 아버지, 오한숙희의 이름을 보면 어머니, 아버지의 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조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나는 내 어머니의 성까지 같이 가지고 갈 용기가 없다. 아니 귀찮아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고쳐야 할게 많으니. 나는 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는 보낼 수 있다. 분명 세월이 좀더 흐르면 여자들이 살아가기에 더 좋은 세상이 될테니까. 아이가 자라고 내가 사회에 발을 다시 내밀게 되었을때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몸을 맡기기 위해 아이가 자랄때 나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높여야 할테니까.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이 행복한 그날까지 세상살이가 그리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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