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 요정
칼리나 스테파노바 지음, 조병준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30대인 지금의 나이에도 판타지나 동화책을 참 좋아한다. 이런 장르의 책을 읽는다고 어린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겠냐만은 잠깐의 행복감을 누려보고 싶기에 아직은 마법이 현실이 되는 동화속의 나라를 꿈꾸고 있는 중이다. 어린시절 요정들과 함께 지냈던 기억들이 자라면서 사라졌지만 자기안의 지혜가 더 깊어져 늘 함께 했던 요정들을 보게 된 앤의 놀라움이란 얼마나 컸을까. 바쁘다고 세상은 원래 경쟁을 통해 이겨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마음속에 결의를 다지는 동안 요정의 모습은 희미해져서 이젠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 나의 요정은? 앤이 요정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고 나 또한 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존재하고 있지만 볼 수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몸이 아플때면 태양에너지를 가져와 내 몸속의 나쁜균에게 태양에너지를 발라주는 요정들을 나는 전혀 느낄 수도 상상할 수도 없으니 참으로 슬프다. 지금 내 눈에 그들이 보인다면 이렇게 외롭지 않아도 될텐데. 인형놀이 하는 것 같겠지만 작은 식기들을 준비해주고 함께 음식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요정들을 만난다는 것은 솔직히 불편하긴 하지만 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이기에 만남이 유쾌하리라 생각된다.

 

내 안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한 요정들, 내가 그리워 하는 사람들 곁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상상했던 장소로 날아가기도 하니 아마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모습들을 연출함으로써 보여주는 실력이 탁월한 연극배우 같기도 하다. 어디나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요정들의 존재는 정말 부럽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성격도 지닌 책인 것 같다. 돈만 버는 기계가 되면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요정도 그 존재이유를 잃어버려 집 없는 요정이 된다고 하니 악한 감정을 품지 않고 늘 따뜻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야 하고 세상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자기계발서로 본다고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일곱 요정들, 나쁜 성격을 가진 요정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요정중 하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달려가 목을 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을 하니 분명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을 요정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죽을때까지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앤과 앤의 어머니는 요정들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기에 두 사람의 만남뿐 아니라 어머니의 요정들과 앤의 요정들이 포옹하며 반가워 하는 모습에선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충분히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이런 삶, 이런 마음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거겠지. 평생에 한번이라도 나의 일곱 요정들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사악한 내 안의 감정들로 인해 이루지 못할 꿈일지 모르겠지만 다른이들은 이 일곱 요정뿐 아니라 타인의 요정들도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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