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왜 토우코가 불행해야 했을까.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갈 수록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넉달간의 불같은 사랑뒤로 29년의 세월을 추억하며 살아간 이젠 "사랑했어요"라는 과거형이 아닌 "사랑해요"라고 당당히 말하고 떠날 수 있어 행복한것 아니냐고 이야기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마음을 다른이에게 주고 껍데기만 옆에 있는 유타카와 함께 산 미츠코는 어찌 하란 말인지.

 

미츠코와 결혼식 날짜를 잡고 그 날이 다가올수록 적당히 즐기고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토우코와의 관계에 점점 집착하게 되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누르고 토우코를 끝내 잡지 않은채 그녀가 도쿄로 떠나가는 공항에서 3시간뒤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방콕으로 오는 그녀를 맞이하는 정말 가증스러운 모습의 유타카가 그 뒤로 안정된 생활과 아내의 탁월한 내조로 승승장구 출세길을 별일없이 달려간 모습은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

 

미츠코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야 하지 않은가. 25년만에 오리엔탈 방콕에서 토우코와 다시 재회했을때 이미 그의 가슴엔 온통 그녀를 그리워하고 또한 토우코만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안정적인 자신의 인생을 위해 냉정하게 끊어낸 토우코에게조차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었다. 토우코의 마음속에도 오직 한사람, 유타카만이 있었으므로 서로가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긴 하지만 나는 못내 이 두사람의 짧은 사랑과 긴 추억에 대해 동조하고 싶지가 않았다.

 

죽는순간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이야기 하는 미츠코의 대답에 똑같은 질문을 토우코에게 하는 유타카, 토우코의 처음 대답은 물론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하여 미츠코와 토우코는 다른 사람이라고 애써 변명하게 되지만 토우코조차 나중에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이야기 하여 혼란스럽다. 토우코를 떼어내기 위해 애써 '사랑'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지 못하고 그저 그녀의 욕망을 건드리지 않고 조심조심 그저 자신이 필요한 것만 가져간 유타카가 토우코의 불행을 다 가져 갔어야지 않을까. 어쩌면 유타카의 잔잔한 일상에 무턱대고 들어와 그를 가지려고 한 토우코의 잘못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랑과 추억, 안정된 삶과 가족 모두를 함께 가지고 있는 유타카의 존재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 나는 지금도 철저히 미츠코의 시선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넉달동안의 불같은 사랑으로 그의 입지가 좁아졌을때 과연 미츠코와 결혼한 이후 어찌 살았을까 미츠코가 그의 애정관계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 않을까 조바심내며 기다렸으나 이후 유럽으로 간 유타카와 미츠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일은 묻혀버리게 되어 나의 사악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유타카는 그저 불같은 사랑을 선택하지 못한 후회만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니 그런 유타카를 냉소적으로 바라볼 뿐이다.

 

넉달간의 사랑으로 평생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아니 나는 빈껍데기와 함께 한 미츠코의 삶이 안쓰러울뿐이다. 이 사실을 죽을때조차도 유타카는 미츠코에게 말하지 않고 떠날 것인지, 만약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배신감에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토우코가 떠나고 토우코와 함께 한 사랑이 미안해서 아내인 미츠코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왔다면 조금 용서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이 마음 또한 무참히 버린, 그리고 자신을 떠나게 된 토우코에 대한 마음을 위해 살면서 다른 여자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는 유타카를 어찌 대해야 하는 것인지 "안녕, 언젠가"의 긴 여운을 남기는 책 제목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이야기인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