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77세의 우타코씨가 사랑에 빠졌냐고? 아니 첫사랑의 우라베를 그리워하긴 하지만 그저 손수건 동무가 필요할 뿐이다. 손수건 위에 앉아 우아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은게지. 자식들이 '유산'이야기를 들먹일때마다 "똥오줌 싸면서 5년이고 10년이고 살다가 갈 것이다"라고 외치는 그녀, 참 당당하게 보여서 좋다.

 

작년에 홀로 계신 시아버님이 "선을 보고 결혼을 할것이다"는 폭탄선언을 한 뒤로 신랑 큰누님은 결사반대를 하고 나선적이 있다. 자식얼굴 볼 생각말라는 협박과 함께. 솔직히 나도 노인의 사랑, 새로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엔 반대하는 입장이다. 내 부모님 일이어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친정어머니는 여자가 아닌 우리 형제들의 어머니만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찍 새 반려자를 가지게 되는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아버님의 연세가 71세일때라 식구들이 반대를 했으니 우타코씨의 재산이 타인에게 돌아갈까봐 전전긍긍하는 자식들의 마음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세간의 인심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착하지 못한 내 마음이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라고 변명하는 것 또한 안다. 만약 이것이 나의 일이 되어 버리면?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77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우타코씨, 참 젊게 산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꾸미는 것 못지 않게 마음이 젊다. 영어를 배우고 서예를 가르칠 정도로 열정적이고 이젠 인생의 황혼길에서 자신의 목에 걸린 '패'인 고생하며 돈을 벌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야 하는 '패'는 이제 내려놓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갈 나이라고 생각되기에 희수잔치를 파티로 화려하게 치르는 그녀가 참 멋지다. 이것도 돈이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식들에게 그만큼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꼴딱'하고 나도 모르게 죽고 싶은 노인들의 생각, 젊은 나도 죽을때는 자리보전하고 누워 식구들 힘들게 하기 보다 그저 죽는지 모르게 죽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특이한 사업으로 발전하여 절에서 '빙그레탕'을 만들어 남녀가 함께 탕에 들어가고 신체를 접촉하여 활기를 불어넣지를 않나 '비익회'에서 적극 노인들을 맺어주는 노력을 하니 이렇듯 사회적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다. '사랑'에 대한 열망은 죽을때까지 마르지 않는가 보다. 우타코씨는 이런 것에 초연하다고 해야할까.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변태가 전화해서 "무슨 색깔 팬티를 입었냐?"고 물었을때 무슨일인가 당황하지만 호통을 쳐서 끊어버리게 만드는 우타코씨의 모습은 역시 "깨끗하고 바르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여인으로 보인다.

 

호감이 가는 노인과 여행을 가고 싶지만 기력이 없어 쓰러지던지 며느리에게 일이 생겨 손자들을 떠 안고 나타나는 모습은 주위에서 그녀의 사랑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해야할까. 나도 우타코씨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사람과 잘되기를 바랬었다. 그녀라면 사회의 통념을 깨부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기에. 77세 노인의 이야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 마음은 오히려 중년 못지 않게 열정적이니 이런 모습이 아직 난 낯설게 다가온다.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 더 와 닿지 않을까 생각되니 역시 돈 많은 사람들에 대한 질시와 부러움은 내 맘속에도 녹아있나 보다.  

 

무례하게 말을 하는 세 아들의 모습은 마음 밑바닥에는 재산을 노리긴 하지만 진정으로 어머니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툭툭 던지듯 어리광을 피우지만 그 모습에 오히려 내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이다. 솔직하니까,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음을 모두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더 인간답게 다가오니까 말이다. 우타코씨가 100세 장수하여 더 오래사셨으면 좋겠다. 가족들과 투닥거리면서 그렇게 열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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