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심각한 문제라도 유쾌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사람인가 보다. 도모미에 대한 설레는 감정을 망상으로 발전시키는 하루히코의 모습은 솔직히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이 표면화 되었을때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히코는 중년의 나이긴 하지만 입사하는 여직원중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울때 설레는 감정을 가짐으로써 가슴이 콩닥거리는 젊은시절의 열정을 다시금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귀엽다고까지 느껴진다. 도모미가 야마구치와 함께 있는 상상을 할땐 눈은 시계로 계속 향하게 되고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과 결국 도모미에게 전화를 하기까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묘사가 너무 탁월하다. 하루히코처럼 똑같은 감정에 조바심내는 야마구치의 모습 또한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이라 웃음이 나온다.

 

치고받고 싸움까지 하는 이 두사람이 우습긴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서 좋다. 결혼한 유부남이긴 하지만 설레는 상대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하고 좋아한다고 고백하려고 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록 이런 어수룩한 모습을 마누라에게 다 들켜버리긴 하지만 그만큼 꾸밈없는 모습이기에 남편을 이해하는 노리코의 넓은 마음도 이뻐보인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아마도 머리카락을 다 뽑아 버릴지도 모른다. 나 또한 멋진 사람에게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고 몰래 간직하면서도 타인에 대해서는 용서를 못하는 옹졸한 사람인 것이다.

 

"마돈나" 이 책에는 자식의 모습도 보이고 나이가 들어 중년의 모습이 된 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회사에서는 과장이나 국장의 자리에 있는 어느정도 성공한 위치에 있지만 가정에서는 나약하기 그지 없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늙어버린 아버지의 등을 보며 아버지의 외로움을 짐작하는 아들의 모습이 세월이 흘러 점점 늙어가는 부모님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나중의 일이지만 마음이 슬퍼진다. 요시오는 회사원이 되어 가족을 위해 애쓰는 동안 자신의 꿈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길 없고 아들은 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대학조차 포기한다고 한다. 부모된 입장으로 자신처럼 회사원이 되어 성공하면 좋으련만 오히려 "월급쟁이가 된게 정말 좋았느냐고" 되묻는 아들의 모습은 상급자에게 굽실거리고 힘들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지만 이지마 부장의 만행에 불끈하여 싸움까지 하게 되니 아들의 꿈을 무작정 꺽을 수가 없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사노조차 이지마 부장에게 맞춰주는 것을 보면서 역시 사회는 인생은 그런것이라고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은 자신을 이해해 달라는 몸부림이지 않을까. 쓸쓸한 마음이 느껴진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전통이나 관례니 하여 어느정도 부정한 일에 타협도 하게 된다. 목소리를 높여 자신이 이런 관행을 타파하고 싶지만 역시나 더 높은 성공을 위하여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성공을 위해 굽히는 모습엔 실망도 하게 되지만 남편의 어깨에, 우리들의 아버지의 어깨에 놓여있는 짐의 무게가 그것을 내팽겨칠 수 없게 묵직하게 누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적한 파티오에서 책을 읽는 노인의 모습이 노부히사에겐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지의 뒷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 다른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편하련만 하루라도 파티오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어김없이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혼자서 어찌 지내고 계신지 아버지가 외로우실까 늘 마음이 쓰인다. 나 또한 홀로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하는 못난 딸이라 그저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위안삼아 보지만 변명일뿐, 왜이리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일까.

 

"보스"에서는 여성이 상급자로 왔을때 조직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보여주지만 역시나 직장에서 갖게 되는 갈등을 잘 그려내 준것 같다. 이땅의 남성들과 그리고 그 곳에서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고뇌를 함께 본 것 같아 마음이 쓸쓸해지지만 이것을 유쾌하게 풀어낸 "마돈나"로 인해 조금은 즐거워지기도 한다. 왠지 힘이 불끈 생겨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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