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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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허삼관을 '자라 대가리'라고 부른다. 큰아들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아내 허옥란이 결혼전에 정을 통한 하소용의 아이이기 때문에 9년을 모르고 키워온 허삼관이 바보같다고 붙여준 말이다. 점점 커 갈수록 하소용을 닮는 일락이의 모습을 보니 부정도 못하겠다. 물론 요즘같이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면 정확히 알수 있겠지만 허삼관은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모두 세워놓고 비교할 뿐이다. 일락이가 자신과는 닮지 않았으나 형제들은 서로 닮았다고 자식이라 우겨본다. 큰아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지라 얼마나 마음이 헛헛할지 이 행동으로 짐작이 된다.

 

마누라는 아이 낳는 고통에 허삼관에게 욕설을 퍼 붓지만 허삼관은 자식 생기는게 얼마나 좋으면 이름을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로 짓겠는가. 피를 팔아 삼십오원을 받아 꽈배기 서씨라 이름불리는 미인이었던 아내 허옥란과 결혼하여 순탄하게 살아온 삶이었다. 문화대혁명때 힘든 시련이 있었지만 허삼관의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잘 버텨나갔건만 일락이가 하소용의 아들이라는 것은 아주 오랜시간 가족을 괴롭히게 된다. 옥수수죽만 먹은지 50여일이 지나고 보니 가족들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허삼관은 피를 팔아 일락이만 제외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가는데 이 행동이 어른으로써 얼마나 유치해 보이던지. 그러나 나에게 닥친 일이었다고 해도 이보다 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어찌 장담할까. 고구마 하나를 먹고도 허기진 배를 안은채 가족들을 찾아다니는 일락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거리에서 국수를 사주면 아버지로 부르겠다고 말하는 일락이의 모습은 그대로 슬픔이 되어 허삼관의 마음을 울린다. 힘이 빠진 일락이를 업고 국수를 사 먹이러 걸어가는 허삼관은 이로써 일락이를 오롯이 자신의 아들로 마음까지 인정한다. 역시 길러준 정이던가.

 

분명히 자신을 닮은 일락이를 하소용은 아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대장장이 방씨의 아들의 머리를 돌로 쳐서 상처입힌 일락이의 친아버지 하소용을 대신하여 자신의 피를 팔아 치료비를 대신 내는 허삼관, 아이에게 상처될 말을 툭툭 내뱉지만 역시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시골에 가서 일하던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다 죽어갈때에도 멀리 상하이까지 가며 연이어 피를 팔다가 죽을뻔 하지 않았는가. 일락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다른 지역마다 찾아가서 피를 뽑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하소용이 트럭에 치여 사경을 헤맬때 지붕위에 올라가서 "아버지 가지 마세요 아버지 돌아오세요"를 아들이 한시간을 외쳐야 영혼이 돌아온다는 말을 하며 하소용의 처가 일락이를 달라고 했을때 허삼관은 하소용의 영혼을 부르러 가라고 일락이를 보낸다. 속으로 얼마나 가슴아팠을까. 한편으론 일락이가 하소용의 아들로 인정받은것 같아 다행이다 싶지만 끝내 아들로 인정하지 않고 죽은 하소용을 보면 허삼관을 아버지로 두고 살아가는 것이 일락이에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하소용이 죽은것이 다행스럽기까지 하니 내가 너무 감정적인 것일까. 그래도 일락이가 간염으로 죽어갈깨 하소용의 처와 딸들이 도움을 주지 않는가. 역시 가족이란 그런것이다.

 

가족을 위해 돈이 필요할때면 서슴없이 피를 팔아 돈을 구해 온 허삼관,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먹고 싶어 피를 뽑으러 가지만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아이들도 장성하고 이제야 자신을 위해 피를 뽑고자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받아주지 않아 가슴속에 쌓였던 감정들이 터져나와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그에겐 아내와 아들들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생명을 팔아 가족들을 살린 허삼관이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여생을 누려도 괜찮으리라. 아내와 함께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마시는 그를 보고 있으니 옛일이, 그 힘들었던 삶이 이젠 까마득히 먼일처럼 느껴진다. 어느 부모든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목숨도 내놓겠지만 피를 팔아 삶을 고단하게 이어가는 허삼관의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그래도 피를 팔고 받는 돈이 삼십오원이라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몸이라도 팔아 살아갈 수 있게 삼십오원이라는 돈이 크게 소용이 있어 다행한 일이다. 노년은 더 큰 불행없이 허삼관과 허옥란이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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