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쟁이 유씨
박지은 지음 / 풀그림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죽으면 무엇을 남기는가?" 아무것도 남긴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죽음에도 '허망함'을 남기고 죽는다니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리움을 남기고 간다면 더 없이 좋은 죽음이려나. 그리움이 오히려 상처가 되니 그저 나 자신이 더 오래살지 못하고 죽어버린 삶에 대한 원통함만 가지고 떠나면 되려나. 태어날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나의 어린시절 첫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저 어느 순간 내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고 원해서 태어난건 아니지만 마지막에 이르는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살게 되니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고자 노력하고 죽을때 고통없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건지 죽음을 향해 점점 다가가는지 모를 삶을 살아가기에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60년을 죽은 사람의 염을 한 '염쟁이 유씨' 인생을 보는 눈이 좀 남다를까. 하루 하루가 소중할 것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해 줄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죽어간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고픈 심정이 되지 않을까. 시체에 염을 하면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혹 꿈에 나타나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풀어내기도 하지만 염을 하면서 보게되는 그들의 몸을 보고 인생에 대해 조금 알아갈뿐 더 깊은 내용은 알 수가 없다. 대대로 염을 한 집안이라 자신은 절대 염하는 직업을 택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3년만 따라다니라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다 보니 이 일이 천직이 되어 버렸다. 자신이 싫어했던 염 하는 직업, 아들은 시키고 싶지 않아 어렸을때부터 시체놀이를 하고 놀던 아들녀석이 이 일을 하고 싶다 자청했을때 3년간 다른 일 해 보고 오라고 쫓아내 버렸다. 이것이 부모 마음이겠지. 그러나 염쟁이 유씨는 왜 아버지가 그토록 염하는 일을 시키고자 했던가. 원고청탁을 넣은 주순신 기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고 했는데 눈을 떠 보니 아직 이승이다. 유부남을 좋아하여 마음 둘 곳도 없는 그녀가 죽어버리겠다 마음 먹고 약을 먹었으나 죽지 못하고 살았을때 염쟁이 유씨를 인터뷰 하게 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마도 삶을 다시 보게 되지 않겠는가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염쟁이 유씨는 그간 사연있는 시체들의 염을 하면서 겪게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등 하나하나 들려주면서 자신의 인생도 풀어낸다. 이제는 마지막 염을 하고 이 일을 손에서 놓아야겠다 생각했기에 그동안 쌓였던 인연의 고리들을 하나씩 끊어내는지도 모르겠다. 사연없는 삶이 어디있겠냐만은 죽고나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그러나 이야기들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도 들어 깊이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많은 세월을 전부 다 풀어놓지는 못하고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해 주다 보니 하나씩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드나 보다. 이야기를 들으며 주순신 기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빗대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점점 삶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죽으면 안된다"라는 말보다 이런 이야기들이 가슴을 울리니 죽으려고 수면제를 먹은 그녀에겐 더없이 소중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왜 염쟁이 유씨는 마지막 염을 하고 이 일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먼길을 달려왔을지도 모르는데 왜 아들이 9년이나 지나 돌아왔는지 그 사연에 대한 언급이 없어 조금 허망하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그렇겠지. 3년만 다른일을 해 보고 오라던 자신의 말을 듣고 떠난 아들이 3년이 지나고도 오지 않을때 "그래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다고 해도 염쟁이만 못하겠어? 잘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보내지 않고 자신과 함께 시체 염하는 일을 했다면 좋았을것을 자신의 욕심으로 너무 큰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역시 사는 것이 쉽지가 않다. 사람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건만 '인생'이 무엇인지 어떤것인지 쉽게 알려주지 않으니 말이다. 염쟁이 유씨를 통해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더듬어 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 해 본다. 죽으면서 남길 것이 무엇인지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염쟁이 유씨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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