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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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다는 것.

아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거짓처럼 느껴질때, 이젠 돌아갈 길마저 보이지 않을때 내 앞에 그어진 선을 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아니 넘을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게 될 것이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러나 다른 길도 있었지 않을까. 정말 내 등뒤에 문이 다 닫혔던 것일까. 이젠 새로운 문을 열수 밖에 없을까. 새로운 문은 과연 나를 향해 활짝 열려질 것인가.

 

도박과 여자에게 미쳐서 가족을 챙기지 않는 남편을 목졸라 죽인 야요이, 뭐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배신과 명치에 날아든 남편의 주먹질로 울분을 느꼈을테니까. 그런데 그 뒤로 생기는 일들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사람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무언가를 본 느낌? 그랬다. 아마 내가 본 것이 사다케의 눈속 늪에서 살고 있는 그 괴물과 닮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끝으로 달려갈수록 나의 가슴은 두근두근 긴장감에 심장이 오그라들것 같았다. 야요이의 남편인 겐지의 시체처리를 맡은 마사코의 모습이 끔찍하기는커녕 나는 그녀가 사타케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를 아무일 없이 멀리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가즈오와 브라질로 함께 떠나길 더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단 한번, 그래 그 단 한번 겐지의 시체를 토막내어 처리하면 끝일줄 알았을 것이다. 시체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나도 구역질날만큼 끔찍했지만 나름대로 야요이를 동정해서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런데 자신이 남편을 죽이고도 오히려 시체를 토막낸 마사코와 요시에에게 화를 내고 끔찍해하는 마음은 뭐란 말인가. 돈을 지불했다는 떳떳함인가.

 

문제는 '돈'이었던 것 같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요시에에겐 누워있는 시어머니와 딸 둘, 큰딸은 손자를 맡기고 가질 않나 집에 와서 손자를 데려가면서 숨겨둔 돈을 갖고 가질 않나 이사도 해야하는데 돈은 없고 요시에에게는 시체를 처리하고 받는 돈이 없으면 안될 상황이었기에 이해가 간다. 명품에 눈멀어 있는 구니코조차도 돈을 빌리러왔다가 함께 합류하게 되는데 왜, 마사코는 이 일에 직접 나서게 되었던 것일까. 남편과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각자 따로 행동하는 그집에서 마사코는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이런 상황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20년간 일한 직장에서 자신보다 일에 능숙하지 못하고 뒤에 들어온 남자직원조차 자신보다 더 높은 직급을 가지는 것을 보고 남성에 대해, 사람에 대해 뼛속까지 그 믿음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역시 지옥에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부딪쳐야만 이 일을 끝낼 수 있을까. 시체를 보면 구역질이 나고 무섭지만 물건으로 생각한다 그저 일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처리하는 마사코. 그러나 겐지의 시체를 해체하고 모두들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더이상 감추지 않는 욕망이 몸 전체에 발산되는가. 복수, 그 복수에 대한 복수. 끝이 없어 보인다. 멈추고 싶긴한데 상황은 점점 더 늪속으로 나를 끌어당기게 된다. 난 왜그렇게 구니코가 미운것인지. 시체를 버리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 경찰에 발각되고 그로인해 겐지와 싸움을 벌렸던 사다케가 용의자로 떠오르게 되다니. 이것이 그들의 목을 죄는 일임을 그때는 몰랐으니까. 다른이에게 혐의가 돌아가는 것을 오히려 야요이는 기뻐하지 않았는가. 경찰보다 더 치밀하게 다가오는 제 3의 인물, 사다케가 정말 무섭다. 겨우 쌓아온 자신의 인생이 무너졌으니 진범을 잡겠다는 그의 생각에 동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으니.

 

침착해야하는데 살인을 하고 시체를 처리한 그들에게 혐오감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나도 어느새 그들과 공범이 되어 있었던가. 남편이 죽고 점점 화려하게 변해가는 야요이가 싫고 다른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협박만 하는 구니코가 싫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마사코에게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니 이 사건이 100% 완벽할 수도 있었건만 표면화 되는데 화가날 정도였다. 내 눈속에도 괴물이 살고 있는가. 세상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젠 벗어났다고 생각했을때 더 깊이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으니 역시 죄를 짓고 행복할 수는 없었나 보다. 구니코에게 돈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주몬지의 존재도 이들에겐 결코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 이들을 그 누가 벌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해야할까. 멈출 수 없는 현실을 어딘가에 세차게 부딪혀 멈춰버리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그 어떤 존재를 보았으므로 멈출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또 다른 문을 열고 아무일 없었던듯이 살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단지 꿈일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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