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필요한 주문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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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 눈에 약해빠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울면 안된다"는 주문을 많이 외워본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두려워 '연주'처럼 도망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어느순간 내가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던 늘 나를 부를때면 "~년"을 붙이지 않고선 부르지 않는 그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나의 모습에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 것조차 끔찍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연주가 내게 경주가 내게 "친구야~"라며 다정스레 나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왜이리 힘든것인지 한숨만 푹푹 나오게 된다. "친구에게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지. 그런데 이건 너무하잖아.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는데 왜 이렇게 감정싸움에 자존심 싸움만 해야하는 거냐구. 그 중간에 왜 내가 끼어야 하냐고 소리치고 싶다 정말 바보같은 곰팅이 연주야, 경주야"

 

친구에서 연인이 된 이 두사람의 사랑은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지금은 가을이건만 따뜻한 봄이 온 듯 꽃향기가 코끝에 머무는 듯 하다. 연주가 더이상 아파하지 말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한 상황이 올때면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듣고 시럽을 잔뜩 넣은 냉커피를 마시면 괜찮았는데 헤어진지 13개월만에 만난 경주 앞에서는 이 처방도 왜 들어먹지 않는건지 더 강력한 주문이 필요한가 보다. 경주의 핸드폰 번호를 아직 저장하고 다니고 마음에서 밀어내지 못했지만 '정말 잘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엔 역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아파하는데 왜 헤어진 것일까. 두사람이 헤어진 이유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지 그 이유가 화목한 가정에서 그늘 없이 자란 밝은 아이가 좋고 연주의 아버지가 아프시니 그것이 훗날 손자도 그 유전인자로 인해 아플까 앞서 걱정하는 경주 어머니의 반대 의견을 연주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아마 연주는 자신도 그런 아버지가 밉고 싫지만 가족이라 거부할 수 없기에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고 그저 경주를 놓아버리기로 한 것일까. 경주로서는 쉽게 물러서고 모든 것을 끝내려는 연주에게 배신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아버지가 가진 당뇨인자를 받게 될까 걱정인 연주는 훗날 자신이 아프면 병간호 해야할 경주가 힘들어지기에 놓아버렸다고 할지 모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간 병원에서 다시 재회하게된 경주, 그러고 보면 밉긴 하지만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준 아버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게 아닐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힘들고 지친 어깨를 그에게 다시 기댈 수 있었으니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아버지이지만 한가지 좋은 일은 하고 떠나서 다행이다. 이 둘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번의 시련으로 그 사랑이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헤어진 13개월동안 새로운 사랑을 하지 않고 여전히 그리워했기에 다시 이루어질 수 있었으니 어쩌면 잠깐의 헤어짐으로 두 사람의 마음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두사람외에 등장하는 병원장 아들 송도경과 그의 애인 청순녀, 그리고 연주와 헤어지고 섬으로 떠난 경주가 근무한 해 맑은 요양병원에서 환자로 있던 청순녀. 송도경과 청순녀의 등장은 우연성이 짙은 얽힌 인연의 고리로 보이지만 오히려 억지로 집어넣은 듯한 생각이 들어 아쉽다. 청순녀가 열일곱번 죽었던 사연에 대해 해 주는 이야기들이 경주의 마음을 울리지만 뜬금없이 경주를 찾아온 청순녀의 애인이 송도경이라니 이 두사람이 애인사이라는건 불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어색하기만 하다. 연주가 경주의 애인이 청순녀라고 오해하고 경주가 현재 연주의 곁에 왠 연하남인 도경이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이 두사람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긴 하지만 말이다.

 

연주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와 경주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서로의 입장에서 쓴 글이기에 중복되어 그런지 그 감동이 반감되기도 한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듣는게 아닌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시련을 겪어낸 아픔을 가진 두사람이 앞으로는 헤어지는 일 없이 이쁜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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