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지금껏 만나고 있던 이성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면 당신의 반응은?" 아마 나 같아도 격분하여 그간의 쌓아온 행복했던 추억마저 지우려 했을 것이다. 책 제목인 '얼마만큼의 애정'이란 것은 지금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사이에 핑크빛 사랑의 거리에 대한 것이 아닌 얼마나 믿고 있는지 그 정도를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아키라와 헤어진 5년간 마사히라는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목숨조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믿었던 그녀에게 다른 이성이 있고 알고 있던 가족사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돌아서버린 것이었다.

 

헤어진 후 100번의 우연한 만남속에 아직은 이 둘의 인연이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100회 기념으로 걸려온 아키라의 전화를 통해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신변에 변화가 생겼을 것이란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니 그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고 양성이냐 악성이냐를 놓고 수술을 하게 된다. 5년만에 만난 이들에겐 예전의 불같은 사랑의 감정은 남아있지 않지만 끊어내지지 않는 인연에 대한 느낌은 남아있다. 수많은 연인들이 사소한 이유나 심각한 이유로 인해 결별을 한다. 그러나 이 두사람의 헤어짐에 대한 이유는 멜로 드라마를 보는 듯 섬뜩하기도 하고 불가항력의 어떤 힘도 느껴지지만 솔직히 와 닿지 않는다.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붙이는 듯한 느낌에 가슴이 답답하다.

 

아키라가 수술을 앞두고 마사히라와 만나는 장면은 아키라로서는 참으로 기다렸던 5년동안 자신의 사랑을 숨기고 숨죽이며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던 그 시간을 지나 이제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사건인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이 덤덤하게 대하는 마사히라의 모습에서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변한다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아무리 속으로 5년간 아키라를 그리워했다고 하면 뭐하나 여전히 자신을 기만했다고 생각하여 아키라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정녕 목숨조차 버릴 상대로 생각하긴 했던 것일까 믿어지지 않는다.

 

왜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는지 모든 일들이 하나씩 드러나지만 키즈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신비로운 능력은 미래를 예측하여 이 두사람이 헤어지는데도 관여를 하게 되지만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정말 철학적이다. "결혼한후 바로 마사히라가 죽을 것"라고 이야기 하여 이 운명에 의해 마사히라의 어머니가 이 결혼을 막고 아키라가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밈으로써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모든 것은 마사히라가 그녀의 말을 믿은데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하다니 나는 솔직히 수용하기 힘들다. 얼마든지 사람은 운명을 거스를수 있다고 하면서 그때의 마사히라와 아키라는 운명의 거스를 힘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니 참 대단하신 존재인가 보다. 자신도 왜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는 키즈, 천기를 누설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채 모든 책임은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에게 있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 아마 두 사람의 주위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사랑'이라는 실체를 크게 흔들고 나의 감정이입을 끌어내지 못하는가 보다. 어떤 역경도 이겨낼 두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왜 난 몰입이 안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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