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정조대왕 1
이병훈.최완규 기획, 김이영 원작, 류은경 지음 / 디오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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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극열풍이 불어닥쳤다. '이산' 드라마를 빠짐없이 보고서도 책을 덥석 집어드는 열정이니 아마 이정도 열정이였다면 내 있을자리 어디든 한자리라도 꿰찼으련만 나의 열정은 이렇듯 드라마 보는 것에만 국한되는 모양이다. 특히 역사드라마는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뜻을 다 펴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뜬 정조의 이야기라면 아는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낯설다. 사도세자의 아들이어서 끔찍하게 죽어간 아비를 지켜본 정조의 마음이 느껴지고 궁궐안 어디에서도 마음 편히 쉴 곳이 없었던 그이고 보니 뒤주속에 갇힌 아비에게 좋아하는 경단을 가져다 드리러 갈때 도움을 준 송연이와 대수의 존재는 동무의 관계를 넘어 마음 깊이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였을 것이다.

 

세손의 신분이니 천한 이들이 "내 동무"라고 이야기 한들 누가 믿어줄까만은 아마 누가 이 말을 듣는다면 다들 쌍수를 들고 반대를 하고 송연과 대수가 살아남기도 힘들것이다. 정적들만 가득한 궁안에서 합법적으로 이산을 암살하는 이들이 대체 누구인지. 자객이 들어오고 분명 침전에서 자객이 스스로 자결을 하였는데 이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앞으로 이산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영조의 입김 한번으로도 살얼음판을 딛는 듯 위태하기만 한 자리이거늘 목숨마저 위협받는 이때에 사라진 시체는 이산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된다. 이 뒤에 어찌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지 물론 드라마를 통해 잘 알지만 책을 통해 긴박한 순간을 다시 맞게 되니 가슴이 떨려온다.

 

송연과 이산과의 사랑이야기는 이산의 목숨을 노리는 축과 다르게 이들의 만남을 누구보다 바라고 두사람이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순간의 긴장된 시간을 조금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거기다 이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웃기고 있네"를 거침없이 내뱉은 대수의 존재까지. 이들을 보노라면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웃음짓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정의나 의리보다 아이들의 그것은 더 끈끈하고 해맑다. 어떠한 사심도 없이 이산이 세손이라는 것을 알았어도 변함없이 그를 동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니 어서 빨리 궁에서 만나게 되길 소원한다.

 

송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산 못지 않은 대수에겐 이산과 송연이 맺어지는 모습을 보는것은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켜주고 싶은 여인과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사내라고 이야기하는 대수이기에 커서도 충직한 이산의 신하가 되어 줄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이야 오죽 쓰릴까. 배 불리 먹을수 있는 내시가 되기 위해 삼촌 박달호에게 이끌려 내시가 되려고 한 대수와 생각시로 들어간 송연의 운명은 이산이 뒤주에 갇힌 아비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도움을 줌으로써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궁에서 다시 만날때까지 꼭 살아있겠다고 동무인 송연과 대수에게 약조했으니 살아남아야 하리라. 살아남기 위해 임금이 되어야 하지만 아비의 말대로 성군이 되리라 이산은 다짐해 본다. 

 

아들을 뒤주속에서 죽게 한 영조, 이 일에 앞장선 이가 홍봉한이라니 무릇 권력이란 이렇듯 부모자식간의 천륜도 끊을 수 있는 날카로운 것인가 보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뒤주속에서 "어서 가라"를 외치는 애끓는 부정과 다르게 뒤주속에 자식을 가둔 영조의 모습은 냉혹하기 이를데 없다. 세자에 이어 세손까지 해하려는 이들속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제발 아무일 없기를, 잘 헤쳐나가기를, 송연과 대수가 이산을 잘 지켜주기를 희망해 본다. 한편으론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동무가 있어 가슴 한켠 위안이 된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잘 알지만 전혀 모르는듯 낯설어하며 보게 되겠지. 정조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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