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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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이 곳에 용들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무섭기도 하겠지만 언어소통이 된다면 더불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사유재산의 개념이 있는 '용들의 천국'인 중국에서도 용들간에 빈부격차나 신분의 차이가 있지만 지성과 감성을 지닌 테메레르가 중국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모습은 나도 뿌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용싱 왕자에 의해 자신이 태어난 곳 중국으로 향하게 되는 테메레르, 물론 로렌스를 떼어놓고 가고 싶은 용싱 왕자의 마음을 테메레르가 헤아려줄리는 만무하니 아예 로렌스를 중국까지 같이 데려가게 된다. 이 둘의 관계는 꼭 부모 자식사이 같다. 아니 부모 자식 사이보다 더 끈끈한 뭔가가 이어져 있는 듯 하다. 1편에 이어 다시 만난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나는 너무 반갑고 기분이 유쾌해진다.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제발 무사히 중국에 들어가야 할텐데.

 

2권은 중국으로 가는 여정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전쟁에서 멀어진듯 하여 약간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그리 평탄한 항해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로렌스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하고 바다에서 사는 큰뱀을 만나기까지 언어소통이 되지 않는 바다뱀을 무차별 살상해야 했던 테메레르의 고뇌는 내 마음까지 가라앉는것만 같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의 국익에 우선하는 해먼드의 태도는 과연 테메레르가 영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더욱 불안감만 조성하게 된다.

 

중국에 도착하여 테메레르는 어머니를 만나고 가슴에 사랑을 불어넣는 메이의 존재까지 많은 부분이 용싱 왕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로렌스와 테메레르를 떼어 놓으려는 그들의 음모는 산적들이 로렌스와 승무원들이 있는 곳을 쳐들어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싸움이 일어나고 그렇게나 기다리는 테메레르는 밤을 보내고도 돌아오지 않는다. 어찌된 일일까. 테메레르의 마음이 변해버린 것일까 초조한 마음의 로렌스, 어린 승무원들이 긴 여정의 항해길에 하나둘 죽어가고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기만 한다. 테메레르를 놓고 벌어지는 왕좌를 차지 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싹은 과연 용싱 왕자에게서 올라오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참상이라는 생각을 하면 거대한 몸집의 테메레르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용들에겐 찰나의 목숨을 가진 인간들의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가소로울 것인가. 치고 받고 싸우는 행위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대가를 지불하고 직접 거래하여 살 수 있는 곳 중국, 과거 시험을 치르고 인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곳,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테메레르에겐 언제까지나 머물고 싶은 곳일 것이다. 더구나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로렌스가 중국에 남아야겠다고 결정했을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영국에서의 삶을 테메레르를 위해 버리는 로렌스의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했으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테메레르도 로렌스 못지 않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돈독한 정보다 더 깊은 이 둘의 관계는 그래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자신의 승무원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 호전적으로 대처하는 테메레르의 모습은 잔인하긴 하지만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로 멋지기까지 하니 내가 너무 깊이 빠져버린 것일까. 아마 반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난 테메레르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꿔 본다. 로렌스를 제외하고 절대 자신의 등에 태우지 않기에 감히 가져볼 수 없는 희망이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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