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잃어버린 여덟 가지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만년의 시간을 생애 한번 가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치로란 개에게 물려 광견병을 앓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여긴 아이의 인생을 정리하는 모습은 처연하다.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여 거부해 보기도 하지만 내가 생명으로 자라기 전 상태도 만년의 상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의연해진다. '소녀가 잃어버린 여덟가지 이야기'속에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성장기 소녀들의 이야기들을 보는가 생각되다가도 유독 슬픔, 이별, 죽음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표지의 상큼한 모습과 다르게 어른의 세계에 너무 빨리 발을 담그는 것이 아닌가 하여 마음이 슬퍼진다. 

자라면서 내가 소유한 것이 많아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잃고 싶지 않기에 내가 가진 행복이 날아갈까 꽉 쥐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에 늘 죽음에 대한 그림자를 가지고 사는게 아닐까. 자신이 죽을 것을 알게 되어 체념했던 병아리의 눈은 같은 반 미키오의 눈과 똑같기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놀라지 않는 아키의 모습은 몸은 아이지만 내면의 세계는 어른보다 더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마 내 눈속에도 언젠가 다가올 죽음이 녹아있을텐데 이 아이에게 내 눈빛은 어떻게 보여질까. 그리움이 되어 날 주시하게 될까. 

또래 아이들과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놀던 시절이 그립다.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늘 이리저리 재고 따져야 하는 세상은 늘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다. 다투다가도 다음날이면 미소를 머금고 대하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마사미. 옆집 메구미네 집에 갓난아이가 들어오면서 히로코가 그 집에 친동생이 아니면 어떠냐 순수하게 생각하지만 옆집 아저씨가 바람이 나서 데려온 아이란 것을 알았을때에도 피가 섞이지 않았기에 투닥 거려도 그저 가짜로 싸운다는 생각에 별 걱정하지 않던 어린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조금 자라버린 마사미는 히로코의 장래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결코 별나라의 이야기들이 아닌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일들이기에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이런 일들은 더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단편들이 유쾌함과 발랄함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 어른의 세상을 정확하게 뚫어보는 아이의 눈을 통한 이 세상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내가 이야기 했던 말조차 잊혀질 정도로 유치하게만 생각되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몸도 마음도 자라게 되나 보다. 어린시절의 내 모습과 이별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시절에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알아가지만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은 듯 하다. 아마도 소녀가 잃어버린 여덟가지 이야기는 나 또한 자라면서 무수히 많은 이별을 했던 그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의 부모님들이 지켜주고 싶었던 그 시절을 아마 하나씩 나도 모르게 저 먼 시간들 속에 떨어뜨리고 왔을 것이다. 이젠 아이를 보면서 내 어린시절을 추억할뿐이지만 시간이 흘러 퇴색되고 말 시간들이지만 그 잃어버리는 시간이 늦춰지기를 간절히 바라기에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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