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 신분을 뛰어넘은 조선 최대의 스캔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이야기'가 아닌 분명 책 제목이 '연애사건'이다. 사건이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을 이르니 내가 읽은 조선시대의 16가지의 연애사건은 그 시대로 보면 전국적으로 들썩이게 만든 큰 사건임에는 틀림 없나 보다. 각각의 사랑이야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며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나 그중에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세종 10년, 양반의 딸 가이와 사노 부금의 사랑은 나라에서 분명 금지한 법을 어기며 목숨까지 내 놓아야할 일이건만 마음을 도저히 어찌하지 못해 혼례까지 치르고 자식도 두게 된다. 이왕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 지방의 문화를 흐트린다 하여 고발을 하다니 양반이 무엇이라고 자신들의 권리를 침탈당한 것으로 생각해 고발까지 하는 것인지 참 못났다 못났어,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 시대에는 분명 해서는 안될 행위며 엄연히 법을 위반하였으니 치죄를 당할밖에. 그러나 벌이 너무 가혹하다. 왜관에 있는 왜인에게 시집을 가라니. 세상에 이런 판결도 있는가. 자식을 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다른이의 품에 안겨야 함은 정말 사는 것이 죽는것 보다 못하지 않겠는가. 

왜인이라고 자식까지 낳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을까. 왜인 손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가이가 부금에게 구해달라 요청하여 손다를 죽이게 된다. 이미 이것으로 이들의 사랑은 파경에 닿아있었으니 왜인과 여러해 동안 함께 살아온 가이도 불쌍하고 천민이라 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세월동안 손 놓고 있었던 부금의 약한 의지력에 신분까지 팽개치고 천민과 혼인한 가이가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포악한 손다의 손에서 그녀를 구해주었으니 다행하다 해야하나. 어째 신분을 넘어 사랑을 하는 이에게 죽음을 내릴 수 있는지. 이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아 벌어진 살인사건이거늘 세상이 참 야속하기만 하다. 

책장을 넘기며 읽어가다 보니 신분제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인들이 뭇 남성들을 치마폭에 휘감고 간음을 일삼는바 요부니 어쩌니 말이 많아도 그들 나름대로의 저항으로 해석 되어진다. 얼굴도 모른채 시집을 가 남편을 일찍 여의면 평생을 수절하면서 남정네와 눈도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 자결이라도 해 주어 열녀문이라도 받고 싶은 가문의 이기심에 한창 피어야할 꽃이 시들고 마니 그 시대에 남편을 직접 고른 영양군 이응의 손녀 이씨의 행동은 엄청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고른 유균과 서로 사랑하며 살았으니 다른 여인들처럼 가슴에 한은 남지 않았으리라. 

양녕대군이 곽선의 첩인 어리를 사랑하여 궁궐로 데려간 일은 세기의 사랑이니 왕좌를 버리고 한 사랑이니 하는 말보다 그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랑을 쟁취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니될 일이라고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 해도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하고 데려갔으니 그때 자신의 세자의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태종에 눈밖에 나 결과적으로 폐세자가 되어 왕좌까지 버린 세기의 로맨스로 회자된다고 해도 지켜주지도 못한 사랑이라 크게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이다 하여 집을 뛰쳐나가는 사람보다 더 절절해 보이진 않으니까. 뭐 나란 사람은 '사랑'에 목숨을 걸 만한 열정도 용기도 없기에 그저 남의 일에 감놔라 배추놔라 할 입장도 안되지만 먹을 끼니가 없어도 등 긁어주며 살아가는 부부애가 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책속에 '조선을 뒤흔든 왕조 스캔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새로울것은 없었으나 유교사상에 막혀 여인네들이 어찌 살아왔는지 조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괜찮았다. 조선시대의 연애사건이라 사료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해야했겠지만 '사랑'에 성공하여 잘 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는지 그들의 이야기도 하나쯤 있었다면 마음이 이렇게 허탈하진 않았을텐데. '사랑'에 목숨까지 내 놓아야할 정도로 위험스러웠던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행복으로 여겨야하나 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세월을 함께 보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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