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아내'라는 말은 희생, 포근함, 억척스러움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최전선에서 아줌마스러움을 보이며 가족을 책임지는 강한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눈물이 많은 여자의 모습도 함께 가진다. 그래서 '아내'라는 단어는 그리움이 되기도 하지만 남편들에게는 미안함도 함께 바라봐지는 단어가 아닐까. 나도 지금 '아내'라는 위치에 있지만 상희처럼 그런 사랑은 못할 것 같다. 아니 못한다. 이혼하기 위해 그렇게 모질게 말을 내뱉는 남편을 어찌 용서하나. 하물며 가슴에 담아두었던 미나때문에 이혼하자니 이젠 나 자신을 사랑할때도 되었건만 늘 남편이 먼저다. 바보스럽기만 한 상희의 모습은 전국 방방곡곡 찾아보면 꼭 닮은 사람이 있을 법하지만 이런 사람은 없을거라고 애써 외면하고 싶어진다. 희생하며 사랑하는 부부의 진정한 모습을 봐 버렸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아내'라는 자리가 한없이 작아보이기에 인정하기가 싫다.  

분명 찬우와 먼저 추억을 쌓았는데 어느새 그의 마음은 온통 미나 생각뿐이다. 그녀때문에 죽으려고 결심까지 한 그이기에 말해 무엇할까만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희에게 결혼을 요구하는 찬우의 마음은 그저 익숙함, 편안한 친구같은 아내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미나가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버린 이유가 더 컸지만 그렇게 이기적으로 결혼을 했다. 둘만 잘살면 되지, 결혼을 결심하면서 상희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나란 존재는 늘 그를 흔들어 버린다.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미나란 사람은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할줄 모르는 배려하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이건만 '사랑'이라는 것은 어찌 이리 엇나가기만 하는 것일까. 민기의 상희에 대한 마음이 그러했고 상희의 찬우에 대한 마음 그리고 세상의 잣대로 말도 안되는 사랑을 하는 찬우의 미나에 대한 마음이 그러했다. 이혼하고 돌아온 미나에게 주책없이 흔들리다니 화려한 장난감에 흔들리는 아이도 아니건만 찬우의 마음은 속절없이 상희에게서 떠나간다. 이혼을 요구하며 폭언, 폭행도 하는 찬우 이쯤되니 책장을 넘기며 읽다 보니 그저 통속적인 드라마의 불륜의 주제인거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검은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릴때까지 손잡고 함께 걸어갈 부부에게 늘 시련이 따르지만 여자로인한 파경이 많은 것 같다. 사랑으로 인해 맺어졌는데 이 사랑때문에 상처를 내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쩌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찬우의 미나에 대한 사랑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가 몸져 누워 간병을 한 것도 상희고 사업이 망하고 교도소에서 복역할때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던 것도 상희였는데 왜 먹고 살만해지니 그 여유로움을 도둑질해 가려고 하는 것일까. 오히려 힘들어도 먹고 살기 어려워 다른 생각 할 수 없을때가 그리워진다.  

찬우가 상희에게 모질게 대할 수 있었던 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상희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할때 다정다감하게 말했던 무수히 많은 말들이 이젠 냉정한 칼이 되고 이혼의 사유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성격차이' 성격이 다른이가 함께 사는데 당연히 성격차이가 생길터 차라리 난소암에 걸렸던 그녀라 자식이 없어 헤어진다고 하면 미워할 수 있을까. "나도 아이의 아버지이고 싶다"는 말에 손아귀에 든 희망을 놓아버리는 상희다. 어쩜 이렇게 냉정한가. 둘만 잘살면 된다더니 툭 뱉어버리는 이말이 정말 슬프다. 정말 내가 찬우의 멱살을 잡고 싶어진다.  

상희는 천사? 미나와 밀월여행을 떠나는 찬우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누워있을때조차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상희를 보니 민기처럼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찌 이리 바보같을까. 너무 희생만 해서 미쳐버린 것은 아닐까. 둘이 함께 있어야 완전한 하나로 이루는 것들이 있다. 찬우와 상희가 그러했나 보다. 쌍둥이처럼 닮은 그들, 이젠 두 손 꼭 잡고 갈라서는 일 없이 함께였으면 좋겠다. 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것일까. 행복이란 늘 가까이에 있는데 말이다. 상희를 위하는 찬우의 마음을 좀 더 엿보고 책을 끝냈으면 좋으련만 그저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로 "잘 살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짜여진 내용인 듯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불편했으나 무섭고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잠시나마 나도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져보니 '아내'를 통해 나도 가족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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