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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우에무라 유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나의 수호천사는 어디에? 간발의 차이로 차가 내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속으로 '누가 날 지켜주나 보다'라는 생각 한번쯤 할 것이다. 학창시절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자신의 머리위에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기겁하긴 했지만. 꼭 죽은 혼령이 날 지키는듯 했으니까. 그런데 50세의 뚱뚱한 게이치가 수호천사라면? 첫인상만 놓고 본다면 나도 분명 료코처럼 게이치를 스토커로 생각했을 것이다. 마누라는 '엽귀녀'고 자신은 늘 집안에서 찬밥신세, 개 마저도 자신의 이불에 똥오줌을 싸고 직장에서 잘린 후 그보다 월급이 작은 곳으로 입사한 후 아이들 또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아마 이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이겠지. 그런 게이치가 전철안에서 료코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십대 소녀와 50세 아저씨의 사랑이야기라고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혼자만의 짝사랑이니까. 그렇다고 그 사랑이 순수하지 않은것도 아니다. 그저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게이치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므로. 잘난것도 없는 게이치가 어떻게 그녀를 지켜줄까?
세상이 이렇게 무서우니 수호천사는 꼭 있어야겠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을 끔찍한 살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지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넘길 수 있단 말인가. 책에서의 설정이라 하기엔 지금 현재 사회도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사건, 납치 이야기가 보도되는 바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기에 무서워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이 든다. "제발 게이치 그녀를 구해 줘" 맘 속으로 빌고 또 빌게 된다. 게이치에겐 무라오카와 야마토가 있다. 학창시절부터 쭉 그를 괴롭혀온 무라오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를 다시 사회로 이끌면서 친하게 지내게 되는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야마토. 역시 믿어야 할 곳은 야쿠자 출신 무라오카? 그러나 약한 게이치를 괴롭히기만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악어와 악어새 관계처럼 보이는 게이치와 무라오카. 뭔가 끈끈한 정으로 연결 된 듯 전혀 악당같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다정한 친구같아 보인다. 엽귀녀가 게이치를 잡으러 나타나자 야마토 뒤에 숨는 무라오카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니까.
게이치의 사랑은 이루어졌다? 꼭 두사람이 함께 잘 먹고 잘살아야 이루어진 것인가. 그녀의 수호천사가 되어 지켜주었다면 분명 게이치의 말처럼 사랑은 이루어진 것이리라. 비록 그녀의 눈에 가해자로 보여 경찰서에 끌려가긴 하지만. 고마워하는 료코를 만나지 않는 게이치의 마음은 그저 수호천사로 남고만 싶었겠지. 자신의 현실은 50세의 뚱뚱한 돈 없는 아저씨니까. 사랑에 빠졌다는데 마누라 '가츠코'는 살아있는 의지가 있는 남편을 보게 되어 너무 좋다. 마이와 게이타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심어주고 개 '고로'도 더이상 게이치의 이불에 똥오줌을 눌 수 없다. 갑자기 게이치의 지위가 올라갔다. 가츠코의 첫사랑 게이치. 결혼반지를 몸에 꼭 지니고 다닐 정도로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집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게이치를 깔아뭉개지만 그가 좀 더 당당해지기 원하는 마음에 그랬을 것이다. 뭐 정도가 지나치긴 했지만. 오죽하면 마누라를 '엽귀녀'라고 붙였을까. 이젠 어디에서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건이 종료된 지금 신문사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일하는 게이치의 모습이 멋져 보인다. 이렇게 멋진 수호천사가 어딨나.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자신에게 찾아온 두근거리는 사랑에 목숨을 걸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나의 수호천사는 어디에? 나도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수호천사가 되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