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달리기
니꼴라 레 지음, 이선영 옮김 / 지향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30대가 10대나 20대보다 풋풋하지 않은 건 맞다. 이 책의 주인공들을 보면 솔직히 30대라기 보다 인생을 많이 살아서 이젠 의욕조차 없는 60대 이상으로 보이니 나만의 착각인걸까? 어쩌면 타인의 눈에 나도 30대가 아닌 중년의 나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일은 귀찮아 하고 의욕도 없고 무엇보다 꿈이나 목표가 없으니 30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다섯사람 프랑크, 벵상, 장, 마르크, 루이는 감정이 이끄는대로 가지만 난 이런 열정도 없으니 그들보다 삶이 더 지루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쓴 책들은 많지만 남성들의 입장에서 쓴 책들이 드문 이때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이다. 이성의 심리를 알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솔직하여 거부감도 들지만 조금의 수확이라도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서로가 다른 공간에서 살아왔지만 정신병원에서 만나게 되니 할퀴어진 자신의 사랑의 상처가 타인에게도 있음을 알아가며 살아온 세월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이다. 프랑크가 들려주는 자신을 포함하여 다섯명의 이야기는 인내하며 이겨낸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솔직히 프랑크가 툭툭 뱉듯이 시간의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 집중해서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이부분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짐작을 하기 힘들고 집중이 되지 않으니 감정이입은 결코 바랄수도 없으니 역시 동성과 이성의 차이인 것인가.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 잃어버린 사랑을 쫓아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굳이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에 모였어야 할까. 더 좋은 공간이 있지 않을까. 떠나간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과 프랑크가 기다리던 베네딕트가 병원으로 찾아오는 모습은 과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구원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쫓아온 사랑을 잡아야 함을 보여주니 조금 갑갑하다. 프랑크를 찾아온 베네딕트를 보면서 희망을 느끼기엔 좀 미흡하지 않을까.  

주인공들의 사랑은 추억이 아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잡지 못하면 떠나 보내야 할 것을 여전히 움켜쥐고 놓지를 않으니 과거의 일이 되지도 않아 회상을 하면 괴롭기만 하다. 그러니 병이 되어 버리지. '사랑'이라는 이름은 정말 핑크빛인데 왜 회색빛이 되어 버린것일까. 60대에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에게도 멋진 사랑, 가슴을 불태우는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사랑의 형태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삐뚤어진 사랑을 하는 이들이기에 꼭 자신이 사랑한 이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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