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수영장에 가본것이 언제던가. 아버지의 회사동료 가족들과 함께 갔던일이 마지막인 것 같다. 아이들이 놀수 있는 수영시설이 없어 어른들과 함께 들어갔는데 이미 물은 내 머리를 넘어선지라 발만 동동거리다 무서워 나왔던 기억이 있다. 남동생이 아저씨의 어깨에 매달려 수영을 배우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아직도 그 모습은 선명하게 내 기억속에 있다. 남들처럼 멋지게 수영을 하고 싶은데 이것만은 선뜻 손내밀기가 왜이리 두려워지는지 나는 아직도 겁쟁이인가 보다. '워터' 책장을 넘기며 여름날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료운, 게이치로, 고스케, 다쿠지가 눈앞에 떠오른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열정적으로 타오를 수 있는 젊음이 있다는 것은 정녕 행복한 일이다.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시작할때 경험이 부족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겁쟁이가 되지만 이미 난 나의 두려움을 뛰어 넘었으므로 용감하다. 휘슬 소리가 울리면 파란 물속에 들어가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는데 그 속에 있는 난 깨닫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기록을 깨기 위해 전진하지만 무언가를 해낸다는 자신감이 벅차오르게 하겠지. 더운 여름날 땀 흘리면서 나도 수영장에 있는 착각을 하며 읽었다. 비록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자유롭게 응원하는 그들속에 섞여 성 마리안느의 다시마를 이기라고 응원했다.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이야기가 짧아서 이들의 성장을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다. 수영대회를 끝으로 더이상 볼 수 없지만 잔잔하게 다가오는 일상생활의 모습은 전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나와 같이 아주 평범한 이들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고가 되는 사람들은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처럼 똑같이 긴장하고 오로지 연습을 열심히 하여 이루어내는 성과에 나도 똑같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다. 아직 사회에 발을 디디지 않은 학생이지만 어른들이 겪는 인생은 똑같이 겪어내는 듯 하다. 수영부 주장이었던 형을 대신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료운, 아들이 죽은 것을 인정하지 못해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어머니가 수영대회에서 본 사람은 형이었을까 료운이었을까. 무엇이든 상관없겠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으니까. 어찌 되었든 부모님에게 한사람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 뿌듯했을 것이다.  

말한마디 잘못해서 토라지고 싸우며 우정에 금간일이 많았던 난 이들 네 사람의 끈끈한 우정에 이것이 남자들의 우정인가, 아님 '수영'이라는 매개체로 이럴수 있는가 잠깐 생각해 본다. 동성을 좋아하는 게이치로를 예전처럼 대하는 그들은 세상이 돌을 던져도 막아주는 그런 친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니 남자부 릴레이 결승전에서도 서로를 믿고 최선을 다 할 수 있었겠지. 나 혼자 게이치로를 달리 보다니 반성해야겠지? 난 그 시절 친구들을 오로지 경쟁상대로 여겨온 것 같다.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넓은 가슴도 없었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그러나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늘 겁내며 뒤로 숨기 바쁜 '나'만 있을 뿐이다. 어떤일이든 해보고자 의욕이 넘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도 이 아이들처럼 반짝반짝 빛이 날 수 있을까.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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