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별을 따 주겠다"는 허황된 약속을 하는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별을 따 달라'고 요구하는 여자들도 많겠지. 나도 그 중에 하나였는데 아주 현실적인 남편을 만나 "너무 멀다"라는 대답만 듣고 말았다. 누가 멀리있는지 모른다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별을 따 주겠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여인네의 맘을 모르다니 조금 충격이었다. 하지만 귀찮은 사람을 떼어내기 위해 그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듯이 "별을 따 오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이야기 하여 9년간의 생명을 건 모험을 해야했다면 정말 괴롭지 않았을까. 뭐 이것이 나의 인생을 완벽하게 바꿔 버렸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것이지만.  

빅토리아, 그 마을에서는 물론 다른 세상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그녀를 사랑하는 트리스트란. 허풍이 심하긴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고 싶었다. 방금 떨어진 별을 따다주겠다고 호기롭게 외치고 떠나게 된 모험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별을 가지러 간다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 모험이겠지만 그는 새로 변해 마녀의 노예로 살고 있는 어머니의 존재로 인해 주위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그 길을 헤쳐나간다. 아버지 던스턴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그저 주어진 삶대로 살아갔지만 그는 다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기꺼이 바칠수 있으니 말이다.  

별이 곰보투성이의 돌이 아니라 여자라면? 그녀를 데리고 가 빅토리아에게 어찌 설명해야하나 조금 갑갑한 상황이긴 하지만 마녀로부터 그녀를 지켜낸 트리스트란이 자랑스럽다. 별의 존재가 아닌 한사람의 인격으로 대하는듯 해서 이베인도 마음을 열었겠지. 이젠 목숨을 빚졌기에 책임을 다하여 곁에 머물러야 해 사슬이 필요없지만 그때부터 사랑을 싹트고 있지 않았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이 둘의 관계에 대해 행복한 결말을 유추해 보기도 했는데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 곳에서는 이루지 못할 일이 없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별을 쫓는 사람은 트리스트란 말고도 또 있으니 아버지가 던진 토파즈를 찾아 성주가 되기 위해 쫓는 셉티머스, 프리머스, 터티어스와 마녀가 젊음을 다시 찾기 위해 그녀의 심장을 노리면서 쫓는다. 이베인이 떨어진것은 우연이 아니라 스톰홀드 성의 81대 성주가 다음대 성주를 가리기 위해 던진 토파즈에 맞아 떨어졌으니 모든 인연은 트리스트란을 위해 존재하는 듯 여겨진다. 9년마다 열리는 월 마을의 장으로 향하는 마담 세멜과 한마리의 새, 여기서 세월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산신령을 만나 다시 세상에 나오니 100년이 흘렀다더라의 정도는 아니지만 9년이면 월 마을이 많이 변했을텐데 어찌 변했을지 궁금해진다. 한사람의 사랑에 대해 가볍게 생각한 빅토리아지만 9년간 그를 기다려줬으니 참 인간적이긴 하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다렸으니 말이다. 그것이 트리스트란과의 결혼이란 착각을 해서 그렇지. 그래도 로버트와 결혼준비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죽을지도 모르는 트리스트란이 살아돌아와 안도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로버트와 결혼을 할 수 있어 행복했겠지?  

재투성이의 신데렐라의 변신이 놀랍다면 트리스트란의 변신은 더욱 놀라울 것이다. 어머니의 존재로 인해 별을 가지러 떠났던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뒤바뀌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여자들이 꿈꾸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신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남자인 트리스트란의 인생이 바뀌었으니 조금 신선하고 행복한 결말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공주를 구해내는 영웅적인 모습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허풍만 떠는 인간이 아닌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사랑을 얻기 위해서 행동하는 그야말로 영웅의 모습일테니 지금 자는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며 또 다른 트리스트란이라고 생각해 보자. 나의 사랑을 쟁취한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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