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집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김정희 지음 / 알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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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요즘 강남엄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자식교육을 시키는지 그 열성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들에게 가벼운 질투심마저 느낀다. 가만히 있는다고 아이들 교육이 저절로 되는것도 아니건만 그네들의 교육열 앞에서 주눅만 들고 있는 셈이다. 시중에 나온 '강남엄마'에 대한 책자들은 보기도 전에 거부감마저 들어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 이 책도 그런류의 책인가 하여 마음을 닫고 보았다. 뻔한 이야기겠지 하면서.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기르고 싶은 가족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으니 남편에게도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치영과 준걸 두 아이의 엄마. 하루도 태교를 놓치고 싶지 않아 산부인과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는 자식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였다. 영재교육이라 해서 아주 어릴때부터 쉴틈도 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아이들, 지쳐가는 모습들을 보면서도 밝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혹독하게 학원을 보내는 엄마들속에 저자의 의욕적인 교육열 또한 그네들 못지않다. 그러나 그동안 아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고 있었으니 신경성 위염이라 명치끝이 콕콕 쑤셔온다고 이야기 해도 그냥 하는 말이려니 생각했던 엄마의 가슴이 그때야 무너져 내린다.  

96점을 맞아도 혼나고 100점을 맞으라 잔소리 듣는 세상에서 치영의 48점, 56점짜리는 다른 부모에게는 열등생으로 보일지 몰라도 수학만 못하고 다른 것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가 꿈을 잃지 않고 키워나가는 치영이가 엄마에게는 어여삐 보이기만 한다. 수능 점수에 의해 자신의 꿈의 크기도 줄어들수 있음을 세상을 조금 살아온 난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이것으로 인해 아이의 마음이 다치거나 작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리 걱정을 해 본다. 아이 나름대로 매일매일 마음의 키가 자랄텐데 쓸데없는 걱정이겠지. 내 자식의 일이었다면 100점을 반토막낸 50점을 받아오면 매를 들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잔소리 한번 안할 자신이 있을까. 내가 아이였다면 이런 가정에서 자라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참 대단한 부모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30대인 내가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기에 사교육 열풍에 휩쓸려 주입식 교육에만 매달려 살아온 세월에 나의 꿈이 날아가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변명하며 책장을 넘겼다.  

가족의 소리를 없애는 텔레비전을 없애는게 가능하긴 한가 보다. 드라마에 빠져 사는 나에게 텔레비전을 없애자고 한다면 소리 높여 반기를 들것이라 내가 앞장서서 없애자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돈 모아서 더 좋은 텔레비전을 사고자 하는 남편을 보니 게임한다고 대화할 시간 없고 각자 보고 싶은 텔레비전 본다고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는 우리집의 풍경이 떠오른다. "정말 없애야할까?" 조금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결국엔 "몇개만 보자"로 생각을 좁히지만 이것조차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바보상자라고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쉽지 않은 것이다.  

텔레비전이 차지하고 있던 가족의 공간과 시간이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서 아이와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늘어났다. 도서관을 찾게 되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책들을 편하게 보면서 점점 가족다운 가족의 모습을 갖춰가는 듯 하다. 요즘 한창 '거실을 서재로' 말들이 많다. 나역시도 좁은 집이라 거실을 서재로 활용하고픈 생각이 많아서 책장 하나 번듯하게 마련하고 싶기도 하다. 나만의 서재를 갖는게 소원일정도이니 훗날 아이와 함께 한자면 저자처럼 어지러워도 아이들과 함께 뒹굴면서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교육에 많은 시간 투자하지 않고 책과 함께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 어쩌면 다른집 아이들에 비해 엄청나게 느리게 가는 듯 보여도 세상을 다 안을수 있게 마음을 넓히고 있을게다. 한글, 영어가 늦어 불안한 마음 들겠지만 흙만지며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가 더 밝게 보일것 같으니 나도 자식교육에 게으름을 부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부모님 손잡고 걸어본 기억이 없기에 함께 역사탐방을 떠나는 치영과 준걸이가 부럽다. 내가 누려보지 못한 것이기에 내 아이에게는 꼭 해주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가진것 같다. 무조건 빨리빨리 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까이 있다면 그집의 서재에서 편안하게 엎드려 책 한권 읽어보고 싶다. 향긋한 커피내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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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2007-11-0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이 있는 집의 김정희 입니다.부끄러운 저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읽어 주셔서 넘 감사 하구요,언제 꼭 한번 커피 마시러 오세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