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이 어디에 있다는 것은 알아도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다루마산이라 불리우는 시라카와 산을 오르고 싶어졌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사람이  이 산에 오르면 중요한 장면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하니 철학관에 점 보러 가는 것을 즐겨하진 않지만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까 암시라도 받고 싶은 호기심을 물리칠수가 없다. 전설같지만 신비스러움에 전설이 아닌 실제 내 가까이에 도코노족이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나의 시선을 잡는지도 모른다. 뭐 야스히코처럼 자신이 보낸 여인과 친구인 가쓰야가 결혼한다는 암시를 받는 아픔을 받고 싶진 않지만 야스히코의 이번 산행은 아버지의 자취를 더듬고 싶은 마음과 함께 친구와 사랑했던 여인을 마음에서 버리기 위해 산을 오른게 되어 버렸으니 오죽 슬펐을까.  

이 책은 도코노 일족들의 이야기이다. 한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끝까지 이끄는 방식이 아닌 총 열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여살던 도코노들이 도심속에 흩어살게 되면서 겪는 혼란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혼란을 겪겠지만 더불어 살기 보다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옹졸한 인간들이라 탁월한 능력의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군부에서 실험용으로 쓰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 "권력을 갖지 말고, 무리를 짓지 말고, 늘 재야의 존재로 있어라"의 '도코노'라는 말의 유래는 빌딩이 숲을 이루는 현재에선 살아남기도 힘든 처지이니 권력을 탐하지도 않고 재야에 묻혀 학문에 정진한 우리나라의 선비처럼 학처럼 고고한 모습이 떠오르는 도코노족이 멸족되지 않고 살아남기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꼭 부패한 이 지구를 구해줄 영웅처럼 느껴지니 드라마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문헌에 남아있는 아주 오랜세월을 살아간 '두루미 선생님'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 보낸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픔을 고스란히 지니고 살아가기에 아주 큰 존재로 느껴진다. 리쓰와 함께 그의 일족의 파티에서 연주를 하기 위해 함께 가는 미사키를 보는 두루미 선생은 아련한 옛 그리움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사키냐, 미사키구나". 죽기전에 피리를 아주 잘 불렀던 미사키, 나중에 꼭 돌아오겠다고 말한 미사키가 오랜 세월이 지나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환생의 개념을 떠나 이들이 뱉는 약속의 의미는 세월이 지나도 꼭 지켜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한다. 대체 이들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들의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 것인지. 이어지는 도코노들의 이야기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도코노들의 두번째 이야기도 숨가쁘게 책장을 넘기게 될 듯 하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의 구심점을 향해 가는 듯한 느낌. 그랬다. 하나씩 밝혀지는 그들의 모습이 두렵다기 보다 신비롭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진다.  

내가 사는 가까이에도 도코노족이 있을까 두리번 두리번 눈을 빛내며 보게 된다.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들, 방대한 양의 서적을 암기하거나 미래를 콕콕 찝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도코노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얻는게 있는 만큼 잃는것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은것 같다. 도코노족에 대한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 삼아 들으면서 여름날 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두루미 선생님'은 꼭 한번 보고 싶은 걸. 내가 죽어도 존재할 그이기에 조금 시기심도 생기지만. 무한하게 살고 싶은게 인간의 욕망이니까. 아끼는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는건 큰 아픔이겠지만 깊이를 알 수 없을 그의 마음이 보이기에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거 같아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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