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 별것도 아닌 일에 왜그리 죽을듯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나 싶다. 대체적으로 '우정'에 목말라하며 싸우고 화해하고 상처받으며 성장해 온 시간들 지금은 그때의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지 세상살이에 거의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이렇게 추억을 더듬어가니 내가 너무 늙어버린 느낌이다. 

 학교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이 책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학교에 떠도는 괴담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내기도 하지만 교내에서의 살인사건은 그리 흔한 소재가 아니다. 이런 기억을 아이들이 가지고 가야 한다면 학창시절을 떠올렸을때 끔찍하기만 한 것은 아닐지. 세이카 사립 여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집단이 존재하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기에 더 긴장감있게 느껴지고 책장을 넘기기가 오히려 섬뜩할 정도다.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의 친밀함은 어느정도의 선에서 그어질 수 있을까. 너무도 편안한 마에시마 선생님과 학생 게이와의 관계 그리고 요코, 모두들 선생님과 제자라고 하기엔 살인사건으로 인해 심적으로 의논하며 맘이 통한다고 해도 여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동경을 넘어서는 듯 하여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너무 고지식한것일까. 

계속적인 살인위협을 받는 마에시마. 늘 긴장감속에 살아가는 중에 벌어지는 남자탈의실에서의 밀실 살인사건, 학생지도부 무라하시 선생님의 죽음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넘어 즐거움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문제학생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선생님을 좋아할 학생들은 없을테니까. 불끈 나도 화가나서 30대라는 나이를 잊고 흥분하게 된다. 버팀목으로 문이 닫혀진 남자 탈의실 그리고 여자 탈의실은 자물쇠로 잠겨진 상태였다. 그림으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자물쇠 트릭을 보면서 대체 범인은 어떻게 빠져나간 것인지 세세한 설명을 듣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나. 열심히 그림을 쳐다보지만 머리속만 복잡해질 뿐이다. 아마 이 사건을 아는 사람중 나만 이 자물쇠 트릭을 모르는가 보다.   

이런 장르의 책을 읽게 되면 계속 범인이 누구일 것이다고 예상을 하며 읽게 마련이라 나도 읽는 중에 동료 선생님인 아소와 그의 부인을 의심했건만 역시 비켜가는 범인의 정체. 마에시마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기에 조금 위안삼아 보지만 늘 범인을 맞추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에 두손 두발 다 들게 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두번째 희생자가 나와 그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교내에 돌아다니는 경찰들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혼란만 주게 된다. 하지만 왜 범인이 마에시마 선생님을 노리는지 아이들의 속닥거림과 관심은 그에겐 거북함만 던져주고 이런 일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정이 안가니 나또한 죽음에 대해 그저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사람들에게 정이 안간다. 

어떤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이 책은 너무 쉽게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사건의 실마리들이 풀려나가면서 오히려 이런 트릭들이 작가의 의도로 완전히 속은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하게 된다. 역시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사건들. 솔직히 살해동기를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시절 그 나이때의 아이들의 고민으로 생각 해 보면 완전히 이해 못할 것도 아니어서 나름 처절하다고 생각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100%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아이들의 떠들석한 소리, 공차는 소리, 수업시간의 조용함 이런것들이 학창시절 내가 떠올리는 모습이지만 이 책을 통해 학교란 무대가 그리 즐거운 공간은 아니란 것과 아이들의 꿈이 짓밟힐수도 있는 공간이란 것을 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다양한 이들이 있는 이 집단은 험악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전 아이들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인 공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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