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백인이라 함은 겉모양으로 백인임이 분명한 자이거나 일반적으로 백인이라고 인정되는 자이다. 그러나 겉모양으로는 분명히 백인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혼혈인이라고 인정되는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백인우월주의는 내가 살아가는 곳이 백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그들의 오만함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충분히 인지되어 왔던 일이다. 영화를 통해서도 드러난 백인우월주의를 느낄 수 있었고 세계 곳곳에 뿌리박혀있는 그들의 정책을 방안에 앉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흑천지인듯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 평생 가 볼 수 있을까 싶은 곳. 그 곳에서 백인들에 의해 정해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는지 놀랍기만 하다.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속에서 적혀진 글이기에 끔찍한 장면은 없지만 자신의 꿈조차 이룰 수 없는 세상은 온통 무채색인듯 하다. 1948, 1955....1995, 2000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실태를 알 수 있게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처절하게 느껴진다.  

자신은 할아버지가 유럽에서 오셨다고 컬러드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커피에 우유를 타면 어떻게 되나?"란 물음에 '색깔은 바뀌지만 그건 그대로 커피입니다'란 대답을 하는 제이컵의 아버지는 이 말도 안되는 비유에 컬러드가 아닌 아프리카 원주민이라고 쓰여진 서류 쪼가리를 쥐며 막막하기만 하다. 영혼이 빠져나간듯 멍한 모습의 그는 직장에서 쫓겨날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그날 제이컵의 생일잔치이건만 즐겁지가 않다. 제이컵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순 없지만 그렇게 정신없는 중에도 온 식구가 모여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고 제이컵이 그렇게나 갖고 싶어했던 론 레이저 옷을 엄마가 밤새 지어 선물해 주는 모습은 여느 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곳이나 그곳이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건만 왜 이런 차별을 겪어야 하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투쟁하고 싸워서 얻어야만 하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난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어떤이에게는 생명을 내놓고서 싸워서 가져와야 하는 것도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없어졌지만 그들 마음속에 남아있는 장벽은 어찌 할 것인가. 곳곳에 잔재되어 있는 차별에 대한 뼛속깊이 각인된  생각을 바꾸는데는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백인들의 학교에 당당하게 입학하는 로사. 누군가 그 첫번째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내어 보지만 목숨조차 위협받는 그 곳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첫 발걸음은 중요하다. 다른이에게 희망을 주니까. 난 그런 용기가 없지만 그것이 용기란 것은 알고 있기에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백인이지만 로사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아이들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이지만 세상은 변화될테니까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