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파르페는 꼭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여름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의 책은 반드시 여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을 느끼게 한다. 고등학생인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겪는 일들은 평소 낯익은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일도 아니다. 일본소설을 읽게 되면 우리나라와 다르게 무척 자유분방만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책 또한 특별한 일을 겪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에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는지. 입시열풍에 몸살을 앓는 학생들의 모습은 늘 갇혀있는 세상에 있기에 아무래도 이 책속의 주인공들을 자유스럽게 느끼나보다.  

소시민으로 살기를 원하는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러나 쓸데없이 머리를 굴려 타인의 구린구석을 알아내는 고바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즐기는 오사나이는 결코 평범해질 수가 없다. 진한 우정으로 뭉쳐져 만나는 관계가 아닌 서로 소시민으로 살수 있게끔 그저 협력하는 사이이기에 한쪽 마음이 뚫린 듯이 허전함을 느끼는 오사나이, 그래서 고바토에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말하지만 별로 마음이 아프진 않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사이다. 학교 밖에서는 거의 만날일이 없는 오사나이가 이번 여름방학 때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설렉션"을 하자며 지도를 한장 준다. 소위 맛집을 돌자는 건데 이것이 탐정기질이 있는 고바토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들기 시작하는 발단이 된다. 이것 모두 의미있는 일의 시작이라니. 아니 모든 사건의 발단은 몇년 전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사건의 말미에 와서도 도통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오사나이의 유괴사건으로 사건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예상대로 고바토와 친구 겐고의 노력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볼 때 이것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반전이 있을줄이야. 내가 몰랐으니 반전이라고 해 두자. 맛난 먹거리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잔뜩 돌아 거기에만 신경 쓰는 사이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고 나는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저 실제로 맛집의 음식들을 눈앞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그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이었다. 고바토는 오사나이가 시키는대로 따라다니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잡아냈는데도 말이다. 역시 나는 탐정기질이 없나 보다. 

복수를 하는 오사나이.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우고 공포스러운 맘을 버리고 맞서지만 왜 이사가와의 유괴사건에 스스로 몸을 던졌는지 그 발단에 대해서는 입을 함구하여 궁금해진다. 구타당하고 담뱃불로 지지려는 공포에 몸을 맡기며 그녀가 무엇을 돌려주려 한 것일까. 이 한권의 책으로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잘 아는 두사람. 관계를 끊지 않고 그 우정 영원히 변치 말았으면 좋겠다. 두사람의 능력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쓴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래야 가을에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려나 생각 해 볼 수 있을테니 말이야. 전혀 예측불허의 두 사람이긴 하지만 소시민으로 살기엔 너무나 특별한 사람들이기에 또 사건들이 일어날 것 같다. 그 땐 이 두사람이 좀 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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