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희귀병이 많지만 이런 병에 걸린다면 자신조차 저주하게 되지 않을까. 19세미만 구독불가. 어쩌면 이 말에 더 끌려서 책을 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 안에 잔인한 성격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여름날 소름끼치게 하는 전율을 느끼고자 나의 관심을 끄는 추리소설 중에 이 책은 정말 무서웠다.

행복한 가정을 깨고 싶지 않아하는 마사코. 가족의 아픔은 뒤로한채 그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 유지되기만을 바란다. 아들이 살인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자신을 너무나 황폐하게 만들고 형사도 아니건만 사건의 증거라도 잡으려 아들의 방을 뒤진다. 급기야는 미행까지. 살인자의 시각으로 책이 쓰여져 있다면 독자들에게 가슴이 죄이는 긴장감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아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애가 탈정도로 가슴이 저며온다. '내 아들은 아닐거야. 착한 내 아들은..' 믿고 싶지 않아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까 전전긍긍 바라보게 되는 나는 자신의 아들만 생각하는 마사코의 행동에 화까지 나게 된다. 

마사코의 시선, 살인을 저지르는 미노루의 시선, 그리고 퇴직한 전 경부 히구치. 희생된 사람 중 도시코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영영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죄책감을 안고 살던중 그녀와 닮은 가오루와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세사람의 시선으로 범인이 점점 수면에 떠오르는데 범인 미노루의 이야기는 이들 두사람의 이야기보다 늦게 등장한다. 이미 살인은 저질러지고 대중매체에서 요란하게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 뒤에 미노루가 살인을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것이다. 처음엔 신체의 일부분을 절개했다는 말에 "다른사람이 죽였나보다. 최초의 살인에는 신체의 훼손이 없었으니까"라 생각하며 또 다른 범인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나름 추측해 보았다. 그러나 중간쯤 읽을무렵에야 깨닫다니. 이미 희생된 사람, 사건을 파헤치는 중에 살인자 미노루에 대한 증언은 그 뒤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구역질 날만큼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묘사되어 있는 책. 쉽게 읽혀지지 않을 듯 하지만 범인이 처음부터 밝혀지고 나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반전이 무엇일까 아주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겨가게 된다. 연쇄살인, 시간을 하고 신체 일부분을 잘라 집에 가지고 가는 미노루의 모습은 세상의 시각으로든 나의 시각으로든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범인을 직접 잡고 싶은 히구치와 가오루 그리고 특종을 터뜨리고 싶어하는 사이토. 이미 살인자가 어떻게 잡히는지 알기에 긴장감이 반감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길. 사건말미에 몇분 단위로 한군데 모이는 사람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게 된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것인가. 가오루에게 위험이 닥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나 또한 충격적인 결말을 확인한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장을 읽고 첫 페이지를 몇번이나 읽어 기억 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대로 책을 덮기엔 머리를 무언가에 맞은듯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너무 억울했다. 내게 범인을 먼저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하는 의문부호만 가슴속에 가득해진다. 삐뚤어진 사람들의 내면에 간직한 기억들. 그 결과가 어떻게 표출되는지 정말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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